[한마당-박병권] 立賢無方(입현무방)

입력 2013-06-18 17:40

역사를 반추해 보면 권력자들이 가장 골머리를 앓았던 문제 가운데 하나가 인사였다. 동양 고전에 등장하는 낭중지추(囊中之錐)니 모수자천(毛遂自薦)이니 하는 고사성어가 인재 등용을 두고 나온 것이고 보면 어느 정도 설득력을 갖는다. 압권은 사기에 나오는 일목삼착 일반삼토(一沐三捉 一飯三吐) 고사이다. 감던 머리도 말아 쥐고 먹던 밥을 토하고 인재를 맞이했다는 주공 얘기다. 중국인 특유의 과장이 섞여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중국은 이미 한(漢)나라 때부터 선진적인 관리 선발 방식인 과거제도를 실시해 다른 나라에 보급시킨 국가다. 고려 광종이 후주(後周)에서 귀화한 쌍기의 건의로 이를 받아들였다. 왕권이 튼튼하지 못한 것을 기화로 틈만 나면 발호하는 지방 호족을 견제하기 위한 것이었다.

광종은 무자비한 전제군주라 우리 사학자들도 별로 호감을 갖고 있지 않다. 그러나 국민대 박종기 교수에 따르면 그의 치세 동안 학문이 권장되면서 학술 기운이 비로소 일어나게 됐다. 특히 외국인을 관리로 등용해 기록에 나타난 사람만 무려 40여명이나 된다고 한다. 현명한 사람을 쓰는 데 출신의 차이를 두지 않았다는 입현무방을 몸소 실천했다.

사회적 대화기구인 노사정위 위원장에 참여정부에서 노동부 장관을 지낸 김대환씨가 내정되자 노동계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산적한 현안을 원만히 해결하고 처리해 나갈 적임자라는 점이 발탁 배경인데다 옛 정부 인사를 현 정부에서 중용한다고 호평을 받았던 당초와는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 당사자가 성과로 능력을 드러낼 수밖에 없을 것 같다.

행정학에서도 가장 복잡하고 정답이 없는 분야가 바로 인사행정이다. 직무분류를 하고 적성을 따지고, 고위직과 하위직을 따로 관리하는 등 수만의 기법이 존재하지만 현실에서는 인사권자가 거의 전권을 행사하기 때문에 별 소용이 없다. 수첩인사를 비난하는 의견이 있지만 자신이 쓸 사람을 기회 있을 때마다 메모해 관리하는 것은 좋은 습관이다. 결과가 나쁘니 도매금으로 넘어가는 것이다.

“만물은 같은 것이라도 이를 쓰는 일은 사람에 따라서 다르니, 이것이 바로 다스려지고 어지러워지며, 살아남고 멸망하며, 죽고 사는 일의 근본이 된다. 그러므로 나라가 넓고 군대가 강하다고 반드시 평안한 것은 아니며 이를 어떻게 쓰느냐에 달려 있다.” 여씨춘추 맹동기(孟冬紀) 이용(異用)편에 나오는 말이다. 적재적소를 강조한 말이리라.

박병권 논설위원 bkpar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