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만원의 기적] 커피로 자립… 묘목부터 가공까지 지원, 삶의 희망 심어준다

입력 2013-06-18 17:28


기아대책의 사회적기업 (재)행복한나눔은 지난해 인도네시아 ‘공정무역 마을 만들기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인도네시아 자바섬, 오소노보 지역에는 146세대가 살고 있는 작은 마을이 있다. 이 마을은 조상 대대로 옥수수, 담배 등의 농작물을 재배해 생계를 유지해 온 전통적 촌락공동체로, 주민들은 태어나서 노인이 될 때까지 마을을 벗어나지 않는다. 그런데 최근 담배 수요가 떨어지면서 마을 형편이 어려워져서 정부 지원으로 2011년 담배 대신 커피 묘목을 심기 시작했다.

공정무역 마을 만들기 프로젝트

주민들은 큰 어려움을 겪었다. 커피를 어떻게 재배해야 하는지 지식도 없는 데다 정부에서 지원한 커피 묘목의 수는 매우 적었다. 옥수수 재배는 수익이 별로 없어 가계에 도움이 안 된다. 일자리를 찾을 수 없는 가장들은 돈을 벌기 위해 다른 섬으로 벌목 노동을 하러 떠나기도 했다. 벌목공으로 떠난 많은 사람들은 고된 노동으로 목숨을 잃거나 오랫동안 집에 돌아오지 못하고 있다.

인도네시아에 파송된 김성 선교사가 이와 같은 어려움을 기아대책에 전해왔다. 기아대책은 이 마을에 커피 농사를 돕기로 했다. 커피 묘목 지원부터 시작해 커피농가로서 자립할 수 있는 방법을 강구했다.

먼저 현지의 자세한 현황 파악이 필요했다. 146세대 중에 30여 세대는 소작농으로, 소출의 40%를 소작료로 내고 있었다. 만약 커피 묘목을 지원한다 하더라도 주민 모두에게 골고루 혜택이 돌아갈 수 없었다. 논의 끝에 5㏊의 땅을 장기간 임대해 기아대책의 직영 농장을 운영하기로 했다. 땅이 있는 가정에는 커피 묘목을 지원하고, 땅이 없는 농민들은 농장에 임시 고용해 커피를 심게 하는 방법이다. 커피 수확 수익금은 꾸준히 적립해 땅을 매입하는 데 사용하고, 농민들에게 땅을 분배하는 방향으로 사업을 진행할 예정이다.

지난해 말 정문섭 기아대책 부회장과 (재)행복한나눔 임직원들이 인도네시아에 가서 현지 조합과 ‘공정무역 마을 만들기’ 협약을 맺었다. 최신원 SKC·SK 텔레시스 회장과 포털 사이트 네이버(NAVER) 해피빈의 후원금, 공정무역 커피 판매 수익금 등으로 우선 46세대에 2만2400그루의 커피 묘목을 지원하기도 했다.

신동민 행복한나눔 간사는 “커피를 재배하는 데 최소 3년 정도 걸린다”며 “올해 2만1000그루를 추가로 더 심을 예정인데, 2015년이 되면 약 20t의 커피 생두 수확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또 “만약 커피 생두를 t 단위로 생산하게 되면 인도네시아 커피 유통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화교 상인들의 가공시설을 사용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라며 “이렇게 되면 농민들은 헐값으로 커피 체리를 넘기게 되어 또 다른 어려움에 봉착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이 때문에 인도네시아 정부와 협력해 커피 가공시설 및 창고를 지원하기로 했다.

생계 이외에 이들이 직면한 또 다른 문제는 아이들의 교육이다. 인도네시아는 중학교까지 의무교육을 실시하고 있지만, 이 마을 아이들은 초등학교만 졸업하거나 중학교에 진학하더라도 대부분 졸업을 못한다. 학비를 마련하는 것도 어렵고 다른 마을의 학교로 통학하는데 필요한 교통비도 큰 부담이다. 아이들은 공부하기 보다는 부모와 함께 농사를 짓고 있다. 마을 안에 아이들을 돌보고 교육할 수 있는 기관이 필요하다고 보고 아동케어센터 설립도 준비하고 있다. 우선 한국인 선교사가 설립한 현지 신학교에서 목회 후보생 5명이 이 마을에 들어와 아이들을 가르칠 계획이다.

신 간사는 “‘공정무역 마을 만들기 프로젝트’는 단순히 공정한 가격을 주고 커피를 사들이는 것에 그치는 게 아니라 커피라는 매개를 통해 이 마을이 경제적으로 자립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목적”이라며 “커피 묘목, 가공시설, 창고, 아동케어센터 등을 지원하는 이유가 그것”이라고 말했다.

이 프로젝트는 아직 시작 단계에 있지만 만약 제대로 진행된다면 농민들은 인도네시아 노동자들의 평균 임금의 3분의 2 정도를 더 벌 수 있게 된다. 김성 선교사는 “비가 오면 물이 새는 집에 살면서도 지붕을 고칠 돈이 없고, 정부에서 지원해주는 돈으로 하루하루 생활하는 가정에게 큰 도움이 되리라 기대한다”며 “이를 통해 마을에 복음이 전해지고, 하나님 나라가 이루어지길 기도한다”고 말했다.

이지현 기자 jeeh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