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의 따뜻한 손길 베트남전 한국군 성폭력 피해자를 어루만지다

입력 2013-06-17 20:10

일본군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이 베트남전쟁의 ‘한국군 성폭력’ 피해자들에게 손길을 내밀었다.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대협)는 지난달 베트남인 은구옌 반 루엉(43), 은구옌 티 김(43·여)씨에게 각각 6000달러와 4000달러를 전달했다고 17일 밝혔다. 성금은 위안부 피해자 김복동(87) 길원옥(84) 할머니의 뜻에 따라 조성한 ‘나비기금’의 일부다.

루엉씨와 김씨는 베트남전에 파병됐던 한국군의 성폭행으로 태어났다. 루엉씨의 어머니는 한국군 장교에게 성폭행을 당했고 2년간 감옥에 갇히는 고초도 겪었다. 김씨는 아버지의 성을 따라 이름을 지었다. 그동안 일용직 새우잡이로 일했던 루엉씨는 이번 지원으로 30년간 밭을 빌려 농사를 지을 수 있게 됐다. 하노이에 사는 김씨는 건물을 빌려 상점을 꾸릴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정대협의 지원에는 한국·베트남시민연대가 가교 역할을 했다. 시민연대는 2006년 3월 베트남 다낭에서 나트랑까지 10여개 마을에서 20여명의 한국군 성폭행 피해자와 2세들을 직접 만나 조사했고 2007년과 2009년에도 하노이를 방문해 피해자들을 면담했다. 피해자들은 전쟁 당시 18∼40세 부녀자들이었다. 이들은 정상적인 결혼을 하지 못한 채 홀로 자식을 키우는 경우가 많았고 2세들 역시 교육과 소득 수준이 평균 이하였다. 일용직 노동자나 농부, 행상 등으로 불안정한 삶을 살고 있었다.

‘나비기금’은 지난해 3월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이 일본 정부로부터 받게 될 법적 배상금을 전쟁 성폭력 피해자 돕기에 사용하겠다고 밝히면서 조성됐다. 하지만 일본 정부가 배상을 하지 않아 우선 할머니들의 뜻을 따르는 시민들의 참여로 마련했다. 가수 이효리씨가 첫 추진위원으로 500만원을 기부한 이후 지금까지 단체 300여곳과 개인이 참여해 7000만원 이상 모였다.

신상목 기자 smsh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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