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이란 대선서 확인된 민심 北은 보고 있나
입력 2013-06-17 19:30
지난 14일 실시된 이란 대통령 선거에서 중도파로 분류되는 하산 로하니 후보가 당선됐다. 로하니 당선인이 공약대로 국제적 고립을 자초하는 강경 일변도의 대외 정책에서 벗어나 새로운 길을 걷기를 기대한다. 이란과 함께 국제사회에 핵 문제를 일으키고 있는 북한 지도부도 이란 대선에서 나타난 민심의 흐름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
로하니 당선인은 결선투표까지 갈 것이라는 당초 예상을 깨고 1차 투표에서 보수파 후보들을 누르고 당선됐다. 이런 이변은 국제사회의 강력한 핵 제재로 인한 경제난에서 벗어나고 이슬람 원리주의에 억눌린 자유를 되찾고 싶어 하는 이란 국민들의 갈망이 배경으로 작용했다. 로하니 당선인은 선거 과정에서 “이란의 경제를 살리고, 세계와 건설적인 상호관계를 구축하겠다”고 공약했다. 이런 이유로 로하니 당선 직후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축하 성명을 냈고 미국 백악관도 이란 새 정부와 핵개발 문제를 놓고 직접 대화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발표했다.
로하니 체제에서 핵 문제나 시리아 정부 지원 문제 등의 국제 현안이 단기간에 극적으로 해결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이란은 외교·국방·사법·종교 등 주요 국정 현안의 최종 결정권을 최고 종교지도자 하메네이가 행사하는 신정 공화국 체제이기 때문이다. 또 성직자 출신인 로하니 당선인은 하메네이 측과도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어 완전한 핵 개발 포기나 서방 핵사찰 전면 수용 등의 획기적 변화를 시도할 수 있을지 미지수다.
하지만 로하니 당선인이 전임 마무드 아마디네자드 대통령의 강경 노선에서 벗어나 서방과의 협상에서 보다 유연한 태도를 보일 것은 확실해 보인다. 그는 중도파 라프산자니, 개혁파 하타미 전 대통령 시절 대통령 국가 안보자문 역할을 맡았고 2003∼2005년 핵협상 수석대표 시절에는 서방과의 관계 개선을 통해 실리를 취하자며 우라늄 농축을 한시적으로 중단시키기도 한 실용파이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하메네이 최고지도자라 하더라도 이번 선거에서 확인된 오랜 경제난에 대한 국민들의 염증과 변화 열망을 무시할 수는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란 대선에서 일어난 이변을 예의주시해야 할 것은 이란 지도부뿐 아니다. 이란 보수파와 함께 핵 개발 물의를 일으킨 북한 지배권력도 주민들이 마음 밑바닥에서 요구하고 있는 것은 국제 규범을 무시한 핵 무장을 통해 강성대국을 건설하는 게 아니라 지긋지긋한 경제난에서 벗어나는 데 있다는 점을 깨달아야 한다. 로하니 체제의 이란이 대외 온건 노선을 걷게 되면 국제사회 비난의 화살은 북한에 집중될 공산이 크다. 북한의 선택에는 의외로 시간적 여유가 많지 않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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