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하이스코, 순천 소규모 업체 ‘헐값 낙찰’ 물의
입력 2013-06-17 19:30
대기업인 현대 하이스코가 전남 순천의 한 소규모 제조업체를 경매에서 낙찰받은 것에 대해 비난이 일고 있다. 경영악화로 경매에 넘겨진 업체를 기존 투자비용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헐값 인수에 나서 업체와 직원들의 회생 노력을 무참히 무너뜨리려 한다는 것이다.
16일 광주지법 순천지원과 율촌산단 입주업체 등에 따르면 전남 순천시 율촌산업단지 내 C업체는 자금 유동성이 악화되면서 지난해 8월 경매가 개시됐다. 환경설비 및 플랜트 제조, 도장 전문인 이업체는 원·부자재 가격과 인건비 상승, 납품 업체 부도로 인한 채권 미회수 등이 원인이었다.
현대 하이스코는 지난달 27일 3차 경매에 단독 참여해 53억여 원에 이 업체를 낙찰받았다. 법원 감정평가 금액은 93억8000만원이었다. 공장 사무실 등의 투자비용까지 계산하면 110억여 원에 달하는 공장을 반값도 안되는 가격에 인수하게 됐다.
C업체는 지난해 경매 개시 후 태풍 ‘볼라벤’ 피해복구비로 3억원을 투입하고, 이후 컨설팅 용역을 통해 채권을 매입하는 등의 자구 노력을 기울여 왔다. 그러나 해당업체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법원의 기업회생절차가 1순위 채권자인 은행권의 반대로 무산되면서 지난해 말 최종 경매절차에 들어갔다.
C업체 대표와 채권자들은 이에 “정상화 자구노력을 기울이는 상황에 대기업이 재산 증식에 혈안이 돼 소규모 지역업체를 집어삼키며 부동산 투기를 하고 있다”고 반발하고 있다. 이들은 “통상 기업 회생에 노력 중인 중소업체에 대해서는 지역의 상도의상 유치권 등의 분쟁에 있어 동병상련의 공감대가 형성돼 쉽게 경매에 참여하지 않고 해당기업이 낙찰받을 수 있도록 힘을 보탠다”고 입을 모았다. 그러나 철판생산을 하는 현대 하이스코는 자신의 공장과도 거리가 3㎞ 가량 떨어져 있고, 업종도 전혀 관련성이 없는데도 경매에 참가해 싼값에 업체를 인수하려 한다는 것이다.
C업체 정모(43) 대표이사는 “태풍 피해를 입은 공장시설까지 전면 보수하는 등 공장의 정상화에 자신감을 가졌는데 안타깝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C업체는 연관된 제조, 협력업체만 9곳이고 직원도 50여명이다. 현대 하이스코가 다음달 10일까지 대금 지불을 마칠 경우 직원들과 그 가족들은 모두 거리로 내몰리게 된다.
현대하이스코 관계자는 “물류창고 부지로 C업체를 매입하게 됐다”면서 “현재 C업체와 여러 부분에 대해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순천=글·사진 김영균 기자 ykk222@kmib.co.kr
[인기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