잉글랜드 로스 US오픈 우승… 36전37기 메이저 첫 영예

입력 2013-06-17 19:21

마지막 18번홀을 걸어나오면서 저스틴 로즈(33·잉글랜드)는 듬성듬성 떠있는 구름 사이 하늘을 쳐다보며 남다른 감회에 젖었다. 아들의 메이저 대회 우승을 보지 못하고 2002년 백혈병으로 세상을 떠난 아버지 때문이었다. 아버지 켄 로즈는 골퍼의 꿈을 키우던 어린 로즈를 지도하고 때로는 캐디백을 멨던 ‘골프 대디’였다. 로즈가 우승한 16일(이하 현지시간)은 때마침 미국 ‘아버지의 날’이었다.

로즈는 이날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아드모어의 메리언 골프장(파70·6996야드)에서 열린 제113회 US오픈 4라운드에서 버디 5개와 보기 5개를 맞바꿔 이븐파 70타를 쳤다. 합계 1오버파 281타를 적어낸 로즈는 전날 선두 필 미켈슨(미국)을 2타차로 제치고 생애 첫 메이저 정상에 올랐다. 우승 상금은 144만 달러(약 16억2000만원).

로즈는 US오픈에서 1970년 토니 재클린 이후 43년 만에 우승한 잉글랜드 국적의 선수가 됐다. 또 메이저 대회를 포함하면 1996년 마스터스에서 닉 팔도가 우승한 이후 17년 만에 고국에 우승컵을 선사했다. 1998년 아마추어 자격으로 출전한 브리티시오픈에서 공동 4위에 오르며 두각을 나타낸 로즈는 이후 한때 세계 랭킹 3위까지 오르는 등 세계 정상급 실력을 과시했지만 유독 메이저 대회와는 인연이 없었다. 이번 대회까지 메이저 대회에 모두 37차례 출전, 지난해 PGA 챔피언십 공동 3위가 최고 성적이었다. 로즈는 이번 대회 우승으로 이날 발표된 세계골프랭킹에서 지난주 5위에서 3위로 두 계단 올라섰다.

우승이 확정된 후 감격의 눈물을 흘렸던 로즈는 “아버지가 생각이 나 하늘을 쳐다볼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한편 딸 졸업식에 참석하느라 대회 개막 당일 새벽에야 경기장에 도착해 첫 우승을 노렸던 미켈슨은 또 다시 준우승 징크스에 울어야 했다. 이 대회서만 무려 6번째 준우승이다. 하지만 그의 첫 우승을 염원했던 갤러리들은 코스 곳곳에서 “렛츠 고, 필”을 외치며 열띤 성원을 보냈다.

통산 15번째 메이저대회 우승을 노렸던 타이거 우즈(미국)는 13오버파 293타를 적어내고 공동 32위로 대회를 마쳤다. US오픈에서 나온 최악의 성적(언더파 기준)이다. 최경주(43·SK텔레콤)는 공동 32위(13오버파 293타), 김비오(23·넥슨)는 공동 45위(15오버파 295타)에 자리했다. 재미동포 마이클 김(20)은 10오버파 290타로 공동 17위에 올라 아마추어 선수 중에서 가장 좋은 성적을 올렸다.

서완석 국장기자 wssuh@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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