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 첩보기관, 2009년 G20회담 해킹·도청했다”… 스노든 추가폭로 파장

입력 2013-06-17 19:15 수정 2013-06-17 22:11

영국이 2009년 주요 20개국(G20) 회의에서 각국 대표단을 상대로 해킹과 도청을 일삼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중국은 미국의 해명을 요구하는 등 스파이 활동에 대한 논란도 거세지고 있다.

영국 감청기관인 ‘정보통신본부’(GCHQ)는 2009년 4월과 10월 런던에서 열린 G20 정상회담과 재무장관회의에서 터키와 남아프리카공화국을 비롯한 각국 대표단의 컴퓨터와 전화를 조직적으로 해킹했다고 가디언이 1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한국도 이 모임에 참석했으나 한국은 구체적으로 언급되지 않았다.

GCHQ는 MI5, MI6와 함께 영국의 3대 첩보기관으로 꼽히며 감청을 주도한다는 점에서 미국 NSA와 성격이 비슷하다.

신문은 미 국가정보국(NSA)의 통화기록 수집을 폭로한 에드워드 스노든(29)이 추가로 공개한 문서를 바탕으로 이같이 전하면서 GCHQ가 2009년 각국 대표단이 주고받은 이메일 본문을 가로채 분석하고 직접 행사장에 가짜 인터넷 카페도 차려 대표단이 쓰도록 유도했다고 덧붙였다.

이 카페는 해킹을 위한 함정으로 GCHQ는 각국 대표단의 접속 ID와 암호 등을 수집했다. 이와 관련, GCHQ는 남아공 대표단의 컴퓨터를 해킹해 남아공 외무부 전산망의 접속권한을 확보하고 G20 및 G8 회의와 관련한 대표단 측 보고서도 가로챘다고 신문은 전했다.

GCHQ는 또 참여국 인사의 블랙베리 스마트폰을 해킹해 이메일과 전화통화를 도청했다. 이를 바탕으로 GCHQ는 각국 대표단이 구체적으로 누구와 통화하는지 실시간 그래픽 화면으로 구성해 GCHQ 상황실 내 15㎡의 대형 스크린에 투영되도록 했다.

실제로 GCHQ는 터키 재무장관을 상대로 G20 정상회담에서 맺은 합의에 대한 터키의 견해를 확인하기 위해 도청을 감행했다. 도청으로 분석된 각국의 통화정보는 곧바로 G20 영국 대표단에 넘겨져 신속하게 협상에서 우위를 점하는 데 활용됐다.

미국 역시 G20 정상회의에 참석한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대통령에 대한 도청을 시도했다. 영국 중부 지역 멘위스힐 공군기지에 있던 수백명의 NSA 요원들은 2009년 4월 1일 메드베데프 대통령과 대표단이 모스크바로 건 기밀 위성전화 신호를 가로채 암호를 분석하려 했다.

한편 중국은 미국의 스파이 활동에 대한 해명을 요구했다. 화춘잉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정례브리핑에서 중국이 독일 등 일부 국가처럼 미국의 해명을 요구할 것이냐는 기자의 질문에 “미국이 국제사회 및 각국 국민의 관심을 존중하고 필요한 해명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제훈 기자 parti98@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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