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광고 시장에도 ‘창조경제’ 눈길

입력 2013-06-17 18:55 수정 2013-06-17 22:30

CJ제일제당이 최근 선보인 광고엔 1950년대부터 2013년 현재까지 CJ제일제당의 60년 세월을 표현하는 ‘시간이 흘러도 맛은 사라지지 않습니다’라는 문구 외에 새로운 문구가 하나 더 있다. ‘더 살맛나는 대한민국을 위해 백설이 대한민국 창조경제를 응원합니다.’

SK도 창조경제를 응원하는 TV광고를 제작해 내보내고 있다. SK이노베이션에서 시리즈로 만들어 내놓고 있는 이 광고의 핵심 키워드는 ‘물음(ASK)’이다. 광고는 물음이 곧 창조이며 미래라는 설명을 보탰다.

최근 ‘창조경제’를 앞세운 기업 광고가 눈길을 끌고 있다.

광고업계에 따르면 최근 들어 기업들이 창조나 상생을 표현할 만한 광고를 요구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정부 정책에 맞춰 기업 홍보를 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기업의 사회공헌(CSR)과 공유가치창출(CSV)을 소개하는 기업 캠페인 광고도 대놓고 ‘창조’라는 단어를 쓰지는 않았지만 같은 맥락에서 볼 수 있다. 정부가 내세운 ‘상생’을 우회적으로 표현했다는 것이다. 청각 장애인에게 음악을 들려준다는 내용을 담은 현대자동차의 쏘나타 터처블 뮤직 시트, 전통시장에 IT기술을 접목했다는 SK텔레콤의 ‘가능성의 릴레이-전통시장 편’ 등이 대표적이다.

일각에서는 정부 눈치를 보거나 코드를 맞추려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그러나 CJ제일제당 관계자는 17일 “‘CJ리턴십 프로그램’을 홍보하는 캠페인성 광고”라며 “여성 일자리란 새로운 모델을 창조한 것이라는 점에서 리턴십의 근간이 창조경제다보니 그런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정부의 눈치를 보는 것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다만 리턴십 프로그램 자체가 이미 박근혜 대통령이 발표한 ‘양질의 시간제 일자리’에 부합하는 내용이다. 정부 정책에 적극 호응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SK도 최태원 회장이 구속된 상태인 미묘한 시기에 상생 경영을 실천하기 위해 나섰다. ‘창조’를 강조하고 있는 SK이노베이션의 이번 광고도 상생 경영과 궤를 같이하고 있다. 지난 3월 SK텔레콤과 SK이노베이션은 계열사와의 거래 물량과 기업 광고 물량을 축소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광고도 외부 대행사가 제작했다.

문철수 한신대 미디어영상광고홍보학부 교수는 “보기에 따라 오해할 소지는 있겠지만 민주화 이후 정권이 바뀔 때마다 이런 사례들은 많았다”면서 “하지만 정부의 정책 기조에 맞춰 캠페인을 이끌어 가는 것도 대기업의 역할”이라고 설명했다.

광고업계 관계자는 “정부의 경제민주화 정책으로 착한 기업의 중요성이 대두되고 있다”면서 “최근 대기업에 대한 정서가 안 좋다 보니 이를 상쇄하기 위해 ‘상생’, ‘창조’를 앞세운 광고들을 기획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서윤경 기자 y27k@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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