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회사 이사회가 CEO 후보 추천·검증한다
입력 2013-06-17 18:46 수정 2013-06-17 22:23
금융지주사 이사회 안에 회장 등 임원 후보를 추천하는 위원회가 상설기구로 설치된다. 이사회의 최고경영자(CEO) 후보 추천권도 강화된다. ‘거수기’ 비판이 끊이지 않는 사외이사들은 활동을 제대로 안 하면 보수가 깎인다. 금융회사는 사외이사의 개별 보수와 활동 내역 등을 상세히 공시해야 한다.
금융위원회는 17일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서 공청회를 열고 이런 내용의 금융회사 지배구조 선진화 방안을 발표했다. 금융위는 우선 금융회사 이사회의 역할을 강화해 경영진 견제 기능을 내실화하는 방안을 추진키로 했다. 이사회는 회장후보추천위원회(회추위)를 만들거나 기존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를 임원후보추천위원회(임추위)로 바꿔 CEO 후보 추천을 담당하게 된다.
이사회는 CEO 승계 계획을 세우는 것부터 CEO 후보군을 관리하고 추천·검증하는 역할을 맡는다. CEO 승계 원칙과 CEO 선임 과정은 외부에 자세히 공시해야 한다.
또 이사회는 경영진의 회사자산 유용 등 부당·불법 행위를 감독해야 한다. 현재 경영진에게 상당 부분 의존하는 금융회사 위험관리와 지배구조 정책 수립도 이사회 권한으로 명시된다.
그동안 회사 경영과 관련한 의사결정 과정에서 ‘허수아비’라는 비난을 받았던 사외이사들은 매년 이사회로부터 재신임 평가를 받는다. 이와 별개로 2년마다 외부 평가도 받아야 한다. 사외이사를 추천할 수 있는 주주도 기존 지분율 0.5% 이상 주주에서 0.1% 이상 주주로 완화키로 했다.
금융위는 사외이사의 자기책임 원칙을 강화하기 위해 금융회사별로 임원배상책임보험 부담 비율 상한을 규정하도록 했다. 구체적으로 최대 1억원 한도에서 80%까지 책임지도록 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임원배상책임보험은 임원이 업무수행 과정에서 기업·주주에게 손해를 끼쳤을 때 소송비용이나 손해배상금을 책임지는 보험이다.
금융회사는 사외이사의 회의 참여도 등 활동 내역과 책임에 맞는 보상체계를 만들고 사외이사의 개인별 활동 내역(겸직업무 포함)과 보수를 공시해야 한다. 공시하는 보수에는 재화·용역제공 계약 등을 통한 간접적 이익을 비롯해 일체의 경제적 이익을 포함토록 했다. 금융회사는 사업보고서와 별도로 지배구조 정책과 운영 실태에 대한 연차보고서도 반드시 작성해 공개해야 한다.
여기에다 대형 금융회사의 경우 주주대표소송을 제기할 수 있는 자격을 현행 상장회사 지분율 0.5% 이상에서 0.1% 이상으로 낮춘다. 주주대표소송은 주주가 이사의 의무위반 행위에 대해 회사 대신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제도다.
그동안 거론됐던 사외이사와 CEO 임기 제한이나 공익이사제 도입 등은 이번 방안에서 빠졌다. 금융지주사와 자회사 간 갈등을 어떻게 풀지에 대한 내용도 없다. 금융위는 획일적 규제를 도입하면 더 큰 부작용을 초래할 가능성이 있다고 해명한다. 하지만 금융권 안팎에서는 당국이 금융회사 등의 눈치를 보다 결국 당연히 해야 할 일을 강조하는 원론 수준의 결과물만 내놨다는 지적이 나온다.
강창욱 기자 kcw@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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