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들의 소통의 장을 마련하고 싶었어요”… 월간 ‘청춘’ 발행하는 김혜진 대표
입력 2013-06-17 18:42
은퇴한 어머니에게 자서전을 만들어주고 싶었던 착한 딸의 상상력이 노인들을 위한 잡지를 탄생시켰다. 지난 11일 오전 서울 여의도에서 만난 월간지 ‘청춘’ 발행인 김혜진(35·여·사진)씨. 1인 출판사 ‘한줌거름’의 대표가 된 그는 ‘청춘’을 “한국 최초의 본격 노장 잡지”라고 소개했다. 기존 노인용 잡지들이 건강·요양·의료 등을 주로 다룬 반면 ‘청춘’은 노인들이 진솔한 삶과 활력 넘치는 이야기를 나누는 소통의 장이라고 했다.
영어강사로 활동하던 김씨가 뜬금없이 지난 3월 ‘청춘’을 발간하게 된 사연은 특별했다. 그는 “40년 동안 제주도에서 식당을 하시던 어머니가 은퇴한 뒤 허무감을 느끼는 것을 보고 어머니를 위한 자서전을 쓰기로 마음먹었다”고 했다. 그런데 보통 사람의 자서전을 내줄 만한 출판사를 찾기가 어려워 직접 1인 출판사를 설립했고, 책을 준비하다 보니 ‘살아온 것만으로도 대단한’ 노년층의 이야기를 정기적으로 소개하면 좋겠다는 생각에 잡지를 만들기로 한 것이다.
현재 ‘청춘’을 만드는 사람은 5명이다. 김씨와 알고 지내던 수학교사, 회사원, 시민운동가, 사회복지사 등이 그의 생각에 공감해 참여했다. 김씨는 “모두 직장에 다니거나 일을 하면서 잡지까지 만들다 보니 고되게 살고 있다”며 “하지만 아이템을 정할 때 ‘엄마에게 도움이 될까’란 생각에서 시작하면 엄마를 더 많이 이해하게 되고 즐거움도 있다”고 했다.
김씨는 노인들이 직접 겪는 사회문제를 그들의 입장에서 보여주고 싶어한다. 그는 “이혼가정의 경우 노년층이 손자손녀를 떠안고 사는데 노인들은 자녀가 이혼한 걸 자신의 잘못으로 생각하고 인생 전반을 후회하며 살아간다”면서 “조손가정의 문제점을 잡지에 담으면 그들에게 위로도 되고 해답을 찾도록 도울 수도 있을 것 같다”고 설명했다.
‘청춘’에도 광고가 실리지만 노인 잡지라고 보청기나 요양원 광고만 다루진 않는다. 김씨는 “젊은층이 보는 잡지처럼 패션·화장품 광고도 유치하려 한다”고 했다. 그가 만난 노인들은 젊은이 못지않게 메이크업과 패션에 관심이 많았기 때문이다. 제품 이미지가 떨어질까 선뜻 광고에 나서는 업체가 아직 없어 이들은 자발적으로 모자 광고를 하고 있다. 김씨가 직접 동대문시장에서 모자를 사다가 판매하는 방식인데 동네 아주머니께 부탁해 모델 사진도 찍었다.
‘청춘’은 현재 월 2000∼3000부가 꾸준히 발행된다. 전국 서점과 코레일 유통을 통해 지하철역에서 팔린다. 정기 구독자는 300명 정도. 구독자 사이에 ‘청춘멤버’라는 모임도 만들어져 200명 정도가 참여하고 있다. 김씨는 “청춘이 노인 잡지라는 틀에 갇히지 않는 잡지가 됐으면 좋겠다”며 “노인에 대한 인식을 다시 세우는 계기를 마련하고 싶다”고 했다.
김미나 박은애 기자 mina@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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