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대통령·오바마 통화… “대화를 위한 대화는 北 시간만 벌어줄뿐”

입력 2013-06-17 18:41 수정 2013-06-17 22:00

박근혜 대통령이 17일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전화를 받고 한반도 안보현안을 논의했다고 김행 청와대 대변인이 전했다. 전날 북한이 북·미 고위급 회담을 제의한 직후 이뤄진 한·미 정상 간의 통화였던 만큼 이 문제가 집중 논의됐을 것으로 추측된다.

김 대변인은 브리핑을 통해 “박 대통령이 오전 11시부터 20분간 오바마 대통령과의 통화를 통해 지난 7∼8일 개최된 미·중 정상회담 결과를 들었다”면서 “북한 문제와 관련한 폭넓은 의견 교환도 이뤄졌다”고 밝혔다.

통화는 주요 8개국(G8) 정상회의차 대통령 전용기 ‘에어포스 원’을 타고 북아일랜드로 향하던 오바마 대통령이 기내에서 먼저 걸어와 성사됐다. 북핵 최대 당사국인 우리나라 정상에 대한 배려 차원으로 해석된다.

박 대통령은 오바마 대통령에게 “단순히 대화를 위한 대화를 하게 되면 그 사이에 북한이 핵무기를 더 고도화하는 시간만 벌어줄 뿐”이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의 북·미 고위급 회담 제의 의도를 설명하면서 미국 정부가 이에 응하지 말아야 한다는 의미가 담긴 것으로 읽힌다.

이에 오바마 대통령은 “미·중 정상회담 때 북한의 핵미사일 프로그램에 대한 대응의지를 시진핑(習近平) 주석에게 알렸으며 북한 비핵화 목표를 위해 중국 측의 적극적인 협력을 요청했다”고 말했다고 김 대변인이 전했다. 또 “시 주석이 한반도 비핵화에 대한 중국의 의지를 표명하고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용인하지 않겠다고 했다”는 말도 전했다고 한다.

김 대변인이 더 이상 통화 내용을 알리지 않았지만, 두 정상은 북한이 제안한 북·미 고위급 회담과 지난 11일 무산된 남북당국회담에 대해 충분히 협의한 것으로 추정된다.

오바마 대통령은 “대화의 문을 열려 있지만 먼저 북한이 비핵화 준수 의지를 행동으로 보여야 한다”는 미국 정부 입장을, 박 대통령은 “당국회담 무산은 북한 책임이며 남북관계를 정상화하기 위해 거쳐야 할 과정의 하나”라는 우리 정부 스탠스를 서로 주고받았을 것으로 보인다.

신창호 기자 procol@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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