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가 뒷談] “너무 멀어서”… 세종청사 외면하는 외빈들

입력 2013-06-17 18:36


지난주 총리실은 정홍원 국무총리가 17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인도네시아 그린그라당의 쁘라보위 수비안또 대표를 접견할 것이라고 밝혔다. 세종청사에서의 첫 외빈 접견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하지만 이 설명은 허언(虛言)이 됐다. 이날 접견이 정부서울청사에서 이뤄졌기 때문이다. 장소 변경에 대해 총리실은 쁘라보위 대표 측의 요청 때문이었다고 해명했다.

지난달 18일 몇몇 언론은 정 총리가 세종청사에서 처음으로 외빈을 맞게 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지난달 23일로 예정됐던 라트비아 국회의장과의 만남을 세종청사에서 갖기로 했다는 총리실의 설명이 근거였다. 그러나 이 보도는 오보가 됐다. 라트비아 국회의장이 일정 조정을 이유로 서울에서 만났으면 한다는 요청을 했고, 결국 접견은 서울청사에서 이뤄졌다.

결과적으로 언론을 향해 ‘거짓말 브리핑’을 잇따라 한 셈이 된 총리실은 난감한 표정이다. 총리실의 한 관계자는 “앞으로는 세종청사에서 외빈을 접견하는 게 쉽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협의 단계에서는 세종청사로 찾아오겠다고 했다가 막상 입국한 뒤에는 거리와 시간 문제 등을 들어 난색을 표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외교적인 문제가 걸려 있기 때문에 외빈의 장소변경 요청을 거부하기도 쉽지 않다.

이러한 상황은 세종청사 시대의 총리가 겪게 될 한계로 충분히 예상됐던 문제다. 총리실의 고충이 이해되는 이유다. 그럼에도 세종청사 안착이라는 타이틀을 쫓아 총리의 세종청사 일정에 과도한 의미를 부여하려는 모습은 자제돼야 할 것 같다. 정부가 ‘양치기 소년’ 같은 이미지가 된다면 곤란하지 않겠는가.

세종=정승훈 기자 shju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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