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분간 저금리” 증권사 권유에 믿고 샀는데… 30년 만기 국고채 원금 손실 우려
입력 2013-06-17 18:25
지난해에 고액자산가를 중심으로 선풍적 인기를 끌었던 30년 만기 국고채 금리가 급등하면서 투자 원금 손실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지난해 9월 처음 발행된 30년 만기 국고채는 최근 8개월 만에 금리가 0.5% 포인트 이상 치솟았다. 채권은 금리가 오를수록 가치가 떨어진다. 저금리 기조가 계속돼 매매차익을 거둘 수 있다며 투자를 부추겼던 일부 증권사는 할 말이 없게 됐다.
17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30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지난 12일 연 3.49%를 기록해 사상 최고 기록을 갱신했다. 지난해 10월 10일(연 2.94%)과 비교해 8개월여 만에 55bp(1bp=0.01%) 오른 수치다.
30년 만기 국고채의 듀레이션(Duration)은 19.3년 정도다. 듀레이션은 채권의 가격 변동 위험을 알기 위해 관련 현금흐름을 가중 평균한 척도다. 쉽게 말해 채권에 투자된 원금의 평균 회수 기간을 말한다. 투자자가 지난해 10월 10일에 30년 만기 국고채에 투자한 뒤 금리가 55bp 오른 최근까지 이 채권을 보유했다면 원금의 약 11%(19.3×0.55)를 손해 봤다는 계산이 나온다.
30년 만기 국고채는 지난해 발행 당시에는 저금리 기조가 계속될 것이라는 전망과 분리과세 신청이 가능하다는 절세 효과 때문에 큰 인기를 얻었다. 수요가 급증하면서 발행물량이 늘었고, 한때 30년 만기 국고채 금리가 10년·20년 만기 국고채 금리를 밑도는 ‘금리 역전’ 현상이 나타나기도 했다.
하지만 예상과 현실은 달랐다. 발행 이후 1개월간 하락세를 지속하던 30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지난해 10월 이후 가파르게 오르기 시작했다. 지난해 말에는 연 3.44%를 찍었다. 올 들어서도 최근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 우려에 금리가 급등하고 있다. 정경희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최근 채권 금리가 오르면서 장기 보유 목적이 아닌 매매차익 목적의 투자자들은 손실을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손실이 나자 투자자도 떠나고 있다. 장외 채권시장 기준으로 30년 만기 국고채의 전체 상장잔액 중 개인 투자자 비중은 지난해 10월 말 30.8%에서 지난 13일 3.8%로 급감한 상태다. 반면 보험과 기금이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해 10월 말 10.0%에서 지난 13일 46.0%까지 급증했다.
금융투자업계는 매매차익을 목적으로 투자한 개인 투자자는 금리 급등에 따라 손절매에 나섰고, 장기 보유를 목적으로 한 기관 투자자들은 저가 매수를 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30년 만기 국고채가 지난해 이상 흐름을 보였던 것”이라며 “고액자산가들이 적극적으로 투자를 하다 차츰 떠나고 있다”고 말했다.
이경원 기자 neosar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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