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폭력 고통” 눈물의 SOS 급증

입력 2013-06-17 18:06


지난 2월 중순 인천 117 학교폭력 신고상담센터(117 센터). 아무 말 없이 끊어지는 전화가 반복됐다. 위급한 상황임을 직감한 상담사는 “어렵게 전화한 것 같은데 도와주겠다”며 1시간 가까이 통화를 유도했다. 112·119에는 전화를 건 사람의 위치를 파악해 출동하도록 요청했다.

전화를 건 사람은 고교생 A군. A군은 현장팀에 의해 건물 옥상에서 발견됐다. 학교폭력을 견디지 못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기 위해 옥상에 올라간 것이다. A군은 학교 일진과 동네 선배들로부터 지난해 4월부터 폭행과 협박을 당하다 죽음을 결심했었다고 117센터에 털어놨다. A군은 현재 상담치료를 받고 있다.

지난 1월 서울 117센터에 기초생활 수급비로 힘겹게 살아가는 B양이 도움을 요청했다. 3년 동안 동급생들에게 기초생활 수급비 80여만원을 갈취당하고 있는데 학교 측이 B양을 오히려 문제학생으로 몰아간다는 내용이었다. 학교전담경찰관·수사팀이 출동해 수사를 벌인 결과 B양의 말은 대부분 사실로 확인됐다. 결국 가해학생들은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됐고, B양은 정신보건센터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117센터를 통한 학교폭력 신고·상담이 급증하고 있다. 교육부와 경찰청이 17일 발표한 ‘117센터 운영 1년 성과분석’ 자료에 따르면 117센터에 접수된 학교폭력 건수는 지난해 하루평균 219.5건에서 올해 5월 말까지 301.8건으로 37.5% 증가했다.

교육부 위(Wee) 센터, 여성부 청소년통합지원체계(CYS-Net), 경찰청 117전화가 117센터로 일원화된 이후 학생·학부모 인지도가 높아졌고(지난 3월 95.3%) 수면 아래에 있던 피해 신고가 활성화되고 있다는 것이 교육부 등의 분석이다.

통합이 이뤄진 지난해 6월부터 지난 5월 말까지 1년 동안 접수된 학교폭력 상담은 무려 11만1576건이었다. 1개월 평균 9298건, 하루 평균 305건으로 나타났다.

새 학기가 시작되는 3월에 1만575건, 4월 1만2203건, 5월 1만2026건으로 방학 때인 1월(4730건), 2월(6033건)과 비교해 큰 증가세를 보였다. 교육부 관계자는 “최근 피해학생이 원하지 않으면 학교에 통보하지 않는 등 익명성이 강화되면서 신고 건수가 더욱 늘어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학교 폭력을 유형별로 보면 지난해엔 폭행이 38.3%로 가장 많았고, 모욕(16.7%), 협박·공갈(10.4%), 왕따(7.9%) 순이었다. 올해도 같은 순서이지만 폭행이 29.1%로 작년보다 9.2% 포인트 줄어든 대신 모욕이 6.3% 포인트 늘어난 23.0%로 집계됐다.

이도경 기자 yid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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