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앞뒤 안맞는 감사원… ‘자체감사 우수기관’ 선정

입력 2013-06-17 19:05 수정 2013-06-17 22:12

감사원의 2012년 자체감사활동 우수기관 선정 결과를 두고 뒷말이 무성하다. 지난해 감사원으로부터 문제가 있다고 지적당한 정부부처나 기관이 대거 포함됐기 때문이다. 기관별 내부 감사 성과를 토대로 선정한 탓이라지만 감사원 지적 따로, 자체 감사 따로 노는 결과를 감사원이 인정한 꼴이 됐다. 감사원의 권위를 스스로 갉아먹는 행위라는 비판이다.

감사원은 최근 ‘2012년 자체감사활동 심사 결과’를 발표했다. 그 결과 국토해양부(현 국토교통부), 조달청, 충청남도, 서울시 송파구, 경기도 안양시, 울산광역시교육청, 한국서부발전, 한국도로공사, 한국산업인력공단, 한국자산관리공단, 신용보증기금 등 11곳이 ‘우수기관’으로 선정됐다. 평가 기준으로는 감사활동 분야(42%), 감사성과 분야(30%), 감사조직 및 인력 운영 분야(18%), 사후관리 분야(10%) 등이 고려됐다.

현행 정부부처와 지자체, 공기업 등의 감사 체계는 감사원에 의한 외부 감사와 자체감사기구에 의한 내부 감사로 나눠져 있다. 지난 3월 개정 시행된 ‘공공감사에 대한 법률’에 따르면 자체감사는 소속 기관 및 직원들의 모든 업무와 활동을 조사·점검해 그 결과를 처리하는 활동이다.

자체감사기구가 필요한 이유는 감사원 직원 1000여명이 전국 모든 공공기관의 활동을 일일이 감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국토부는 정부부처 중 유일하게 우수기관으로 선정됐다. 하지만 감사원은 지난 1월 국토부의 4대강 사업을 ‘부실공사’라고 지적했다. 국토부 자체감사기구는 4대강 사업이 가장 큰 규모의 사업임에도 이에 대한 자체감사를 실시하지 않았다. 그런데도 감사원은 국토부 자체감사기구에 우수 등급을 줬다.

한국서부발전은 감사원이 지난해 8∼10월 실시한 자체감사기구 실태감사에서 인사관리규정이 부실하다는 지적을 받았다. 서부발전은 또 최근 원전 비리가 터지면서 2011년 6월 취임한 남동우 상임감사위원의 낙하산 논란이 다시 불거지기도 했다. 남동우 위원은 한나라당 충북도당 부위원장 출신으로, 전문성이 전혀 없는데도 고위직에 임명됐다는 비난을 받았다.

송파구는 같은 감사에서 소속 공무원의 징계를 멋대로 감경한 사실이 적발됐다. 구는 지난해 7월 음주운전으로 면허가 취소돼 경징계 대상인 직원 A씨에 대한 처벌 수위를 ‘불문경고’로 낮췄다.

이에 대해 감사원 관계자는 17일 “과거 지적사항이나 감사기관장 경력 등에 대한 문제는 모두 점수에 반영했다”며 “지적사항 비중이 적어 감점 후에도 우수등급에 선정될 수 있었다”고 해명했다.

정부경 기자 vick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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