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성심에 단독범행? 의문투성이 ‘김용판’

입력 2013-06-17 19:09

검찰이 김용판 전 서울경찰청장을 기소하면서 범행의 목적과 배후 등 결정적 의문을 규명하지 못해 의혹이 확산되고 있다. 검찰은 김 전 청장의 ‘자발적 충성’에 의한 단독범행으로 결론 내렸지만, ‘출세욕’이나 ‘충성심’만을 범행 동기로 보는 것은 석연치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검찰 관계자는 17일 “김 전 청장이 조사 과정에서 윗선의 지시 여부에 대해서는 입을 다물었다”며 “조사 내용으로 봐도 누군가의 지시에 의한 것으로 보기 어려운 점이 있었다”고 말했다. 김 전 청장이 대선 전 수사결과 조작을 통해 새누리당을 도와주면 그에 상응하는 대가가 돌아올 것으로 여겼다는 것이다.

그러나 김 전 청장의 범행 결정 시기나 방법을 보면 의아한 구석이 많다. 검찰 수사결과, 김 전 청장은 지난해 12월 15일 오후 중간수사발표 날짜를 다음날인 16일로 결정했다. 서울청 사이버범죄수사대 디지털증거분석팀은 15일 오후 10시쯤 ‘혐의 없음’을 결론으로 한 브리핑 예상 질의 답변을 준비하고 있었다. 최종 보고서는 중간수사발표가 있었던 16일 정오쯤 이미 작성된 상태였다. 범행이 짧은 시간 계획되고 단행됐다는 의미다. 때문에 김 전 청장이 누군가와 짜고 허위 보도자료 배포를 강행했거나 김 전 청장 스스로 이를 계획한 뒤 여당 측에 알려줬다는 의구심이 제기된다.

검찰은 배후세력을 캐기 위해 김 전 청장 관련 통화내역을 추적했지만 혐의점을 찾지 못했다고 밝히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김 전 청장 개인 휴대전화와 집무실 전화 등을 다 추적했지만 현재까지 특이한 흔적은 나오지 않았다”며 “권영세 주중 대사와 관련한 부분도 확인된 바 없다”고 말했다. 국민일보는 김 전 청장과 전화를 시도했지만 그는 “잘 들리지 않는다”며 전화를 끊었다. 그의 변호인은 “야당 측도 빨리 발표하라고 지속적으로 압력을 넣은 것으로 안다”며 외압설을 부인했다.

김 전 청장의 혐의 사실을 봤을 때 검찰이 구속영장을 청구하지 않는 것도 의아한 대목이다. 김 전 청장의 범행은 대선을 앞두고 직접 선거에 영향을 미친 만큼 사안이 중대하다. 검찰 안팎에선 김 전 청장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가 정치적 부담으로 작용해 원세훈 전 국정원장과 맞춰 ‘일괄 불구속 기소’한 게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전웅빈 기자 imu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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