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에 대한 기독교적인 성찰은?… “종교 교류·인도적 지원 확대로 민족공동체 회복을”

입력 2013-06-17 17:43

“통일문제가 비용-편익의 문제로 단순 치환되면서 ‘돈의 문제’로 전락했습니다. 북한 주민의 자유와 인권의 회복, 압제와 억압으로부터 인간성의 회복, 민족공동체의 회복과 같은 ‘사람의 문제’는 거론조차 되지 않거나 낭만적인 견해로 평가절하 되고 있습니다.”

윤덕룡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17일 서울 남산동 청어람에서 열린 한반도평화연구원(KPI·이사장 김지철 소망교회 목사, 원장 전우택 연세대 교수) 제38회 포럼에서 “통일이 남한사람들의 ‘부자되기 프로젝트’ 정도로 취급되는 사회적 풍조가 조성되고 있다”며 이같이 우려했다. 윤 연구위원은 이날 ‘통일과 통일비용에 대한 기독교적 이해’를 제목으로 한 발표에서 “통일의 문제를 사람의 문제로 전환해야 하며 이를 위해 크리스천과 교회가 앞장 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그 이유로 “이웃을 위한 자기희생은 기독교 신앙의 핵심이며 세속적 가치관으로부터 상대적으로 거리를 유지할 수 있는 능력이 교회에 있기 때문”이라고 단언했다.

윤 연구위원은 통일에 대한 거부감이 자라고 있는 한국 사회에서 크리스천이 세가지 일을 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통일논의의 초점을 경제적 비용 중심에서 사람의 문제, 인도주의와 윤리의 문제로 프레임을 전환하고, 통일비용을 앞장서서 내겠다고 자원해서 우리 사회 전체가 따라오도록 만들고, 북한 주민들이 한국을 선택하게 함으로써 평화통일이 이뤄지도록 우리 사회를 ‘살고 싶은 사회’로 발전시키는 것 등이다.

‘통일에 대한 기독교적 성찰’을 주제로 열린 이날 포럼에서는 남북관계의 해법을 모색하고 한국교회와 기독인들이 한반도 화해와 평화를 위해 해야 할 일들도 점검했다.

성균관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이해완 교수는 “내가 당장 그 고통을 피부로 느끼지 않는다고 해서 역사적으로 민족구성원에게 부과된 고통의 짐을 나누어지지 않고 이기적 무관심에 빠지는 것은 기독교 가치에 반하는 것”이라며 한국교회의 적극적 관심과 참여를 촉구했다. 이어 “기독교의 궁극적인 가치는 공의(정의)와 사랑, 평화 등에서 찾을 수 있다”면서 “그러한 가치를 실현하는 통일이 되도록 해야 하며 통일은 무조건 ‘선’이라고 봐서는 안된다”고 밝혔다. 그는 “통일보다 평화가 우선하는 가치라는 이유로 현재의 소극적 평화를 유지하는 데만 초점을 맞추고 분단을 극복하려는 노력을 기울이지 않는다면 그리스도인의 관점에서 타당한 방향이라 할 수 없다”고 말했다.

‘하나님 나라와 한반도 평화‘라는 주제로 발표한 이문식(남북나눔운동 사무처장) 산울교회 목사는 “한국교회는 점점 더 깊어가는 이데올로기적 갈등과 분열을 치유하고 극복하는 긴급한 선교적 과제를 안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 목사는 이를 위해 “우리 기독인들은 ‘하나님 샬롬’의 정신으로 ‘종교 교류의 확대’를 적극적으로 실천하고 ‘민족동질성 회복과정’에 깊이 기여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적극적 인도주의와 아가페 사랑의 실천으로 정권 이기주의와 민족주의적 편협성의 한계를 넘어서는, 세계평화에 기여하는 ‘한민족 공동체 형성’, 더 나아가 ‘동북아 평화공동체 실현’에 힘써 노력해야 한다”며 “이것이 우리 기독인이 구해야 할 하나님 나라의 비전”이라고 강조했다.

유영대 기자 ydyo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