찔끔… 찔끔… 지속될 땐 ‘수도꼭지’를 고쳐야
입력 2013-06-17 17:26
‘방광을 잠그면 행복이 열린다!’ 대한비뇨기과학회와 대한배뇨장애요실금학회가 18일부터 다음 달 17일까지 한 달간 진행하는 제7회 골드리본 캠페인에 내건 슬로건이다. 치료 가능한 요실금(尿失禁) 때문에 삶의 질이 떨어지는 일이 없도록 하자는 취지로 만들어진 구호다.
두 학회는 앞으로 한 달 동안 전국 900여 곳의 병·의원에서 노년기 방광 및 전립선 건강을 해치는 요실금에 대한 인식을 새롭게 고취하기 위해 올바른 배뇨건강 정보를 알리는 포스터를 전시하며 강연회를 여는 등 요실금 예방 행사를 펼칠 예정. 용변이 급한 상황에서 쉽게, 그리고 빨리 이용할 수 있는 주변의 개방 화장실을 안내해주는 스마트폰용 ‘화장실 SOS’ 애플리케이션도 개발, 보급한다.
중앙대병원 비뇨기과 명순철 교수와 삼성서울병원 비뇨기과 이규성 교수, 제일병원 비뇨기과 서주태 교수, 가톨릭대 부천성모병원 비뇨기과 김준철 교수의 도움말로 요실금 극복방법을 알아본다.
◇여성 요실금, 70∼80%가 복압성=요실금은 자기 의지와 관계없이 소변을 유출하는 상태를 말한다. 원인에 따라 크게 복압성 요실금, 절박성 요실금, 일류성 요실금 등으로 나뉜다.
이 중 일명 긴장성(스트레스) 요실금으로 불리는 복압성 요실금이 가장 흔하다. 전체 요실금 환자의 70∼80%를 차지한다. 복압성 요실금이란 한마디로 일상생활 중 크게 웃거나 재채기를 할 때, 또는 줄넘기처럼 뛰는 동작을 할 때 소변이 새는 경우를 말한다. 임신과 출산, 골반수술, 폐경 등이 주된 원인으로 꼽힌다.
절박성 요실금은 소변이 몹시 마렵다고 요의를 느낌과 동시에, 또는 소변을 보러 가다가 속옷을 내리기도 전에 참지 못하고 소변을 흘리는 형태다. 그런가 하면 일류성 요실금은 소변을 제대로 보지 못해 방광 속을 소변이 꽉 채운 나머지 흘러넘치는 경우다. 이때는 소변을 본 지 10분도 안 돼 또 마렵고, 늘 소변을 볼 때마다 찔끔거리며 누게 된다.
◇요실금, 중년 여성의 전유물 아니다=요실금은 남녀 모두에게 해당되는 질병이다. 여성은 주로 방광, 남성은 전립선 기능에 문제가 생겨 일어난다.
올해 초 국민건강보험공단이 2007년부터 2011년까지 5년간 조사 분석한 ‘요실금 질환의 건강보험진료비 지급자료’에 따르면 국내 남성 요실금 환자 수는 2007년 7640명에서 2011년 8545명으로 최근 5년간 연평균 2.84% 증가했다. 반면 여성 요실금 환자 수는 2007년 12만4183명에서 2011년 10만9973명으로 연평균 2.99% 감소했다.
이렇듯 남성 환자 수가 계속 느는 이유는 고령화 사회에 진입하면서 남성에게만 존재하는 전립선이 커지며 딱딱하게 굳어 요로를 막는 전립선비대증과 암이 생겨 전립선 절제수술을 받는 환자가 증가하는 것과 관계가 있다.
전립선 절제수술을 받으면 크게 웃거나 강하게 재채기를 할 때 발생하는 복압성 요실금을 후유증으로 겪기 쉽다. 반면 여성 요실금 환자 수가 주는 것은 저출산 풍조의 영향으로 분만 횟수가 감소하고 있기 때문일 것으로 추정된다.
◇약물, 수술, 물리요법 등 치료법 다양=요실금은 각 형태별로 원인이 다르고 소변 유출 양상이 틀리듯 치료법도 다르다. 따라서 치료를 위해선 정확한 원인을 규명하는 것이 중요하다.
예컨대 방광 괄약근의 조이는 힘이 약해지는 복압성 요실금의 경우 골반근육운동이 1차적인 치료법이지만, 꾸준한 골반근육운동에도 불구하고 요실금이 지속될 때는 수술로 ‘고장 난 수도꼭지’를 고쳐야 한다. 최근에는 특수하게 고안돼 인체에 무해한 인조테이프를 요도 아래쪽에 걸어주는 TVT, TOT 수술이 많이 시행된다.
절박성 요실금의 경우엔 방광훈련 및 약물치료가 주된 치료법이다. 방광훈련은 조금씩 소변을 참는 연습을 통해 방광의 기능적 용량을 증가시키는 방법이다. 약물치료 시 먹는 약만으로 효과가 만족스럽지 않을 때는 방광 속에 직접 약물을 주입하는 치료가 필요하다. 증상이 아주 심할 땐 방광을 지배하는 척수의 신경에 전기 자극을 가하는 신경조절 치료도 시행된다.
남성 요실금의 주원인인 전립선비대증은 약물과 수술로 딱딱하게 굳어 요도를 압박하는 조직을 녹이고 절제하는 방법으로 치료한다. 물론 전립선암 역시 발견 즉시 도려내는 것이 원칙이다.
이기수 의학전문기자 ksle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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