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김진홍] 레드우드

입력 2013-06-17 19:45

#지구상에서 가장 키가 큰 생명체로는 레드우드(Redwood·미국산 삼나무)가 꼽힌다. 보통 100m 이상이다. 주서식지는 북미 서해안 지역이다. 미국 샌프란시스코 북쪽 태평양 연안 산맥지역의 ‘레드우드 국립공원’이 대표적이다. 너무 커서 뿌리에서부터 꼭대기의 작은 잎까지 어떻게 물을 끌어올릴까 하는 의문이 들 법한데 비결이 있다. 태평양에서 몰려오는 엄청난 양의 안개를 나무 꼭대기에 위치한 잎들이 직접 흡수하는 것이다. 지금보다 안개가 더 많아지면 더 높게 자랄 여지가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이 나무의 뿌리는 땅 밑 2∼3m 정도 깊이에 있을 뿐인데 2000년 넘도록 생존해 왔다. 뿌리를 옆으로 길게 뻗쳐 동료나무들 뿌리와 강하게 얽혀 있기 때문이다. 뿌리를 통해 영양분도 공유한다. 거목(巨木)을 지탱해온 힘이 땅속 깊숙이 파고든 뿌리에서가 아니라 끈끈한 공동체를 이룬 데서 나왔다는 얘기다. 이 나무가 종종 ‘함께하는 공동체’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인간에게 가르쳐 주는 본보기로 인용되는 이유다.

#레드우드가 새로운 대국관계를 모색하는 미·중의 상징물로 이름을 올렸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지난 8일 캘리포니아 주 랜초미라지 휴양시설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회담한 뒤 시 주석에게 레드우드로 만든 벤치를 선물한 것이다. 벤치 전면에는 두 정상이 회담한 날짜 등이 새겨졌다. 앞서 1972년 리처드 닉슨 대통령이 중국과의 수교를 위해 방중했을 때 레드우드 묘목을 가져가 중국 측에 선물한 적이 있다.

오바마 대통령은 동료나무들과 뿌리를 연결해 살아가는 레드우드처럼 양국이 국제사회에서 협력을 강화해 나가자는 뜻을 담아 시 주석에게 벤치를 주었을 듯하다. 시 주석이 이 벤치를 중국으로 공수해 간 것 역시 국제적 현안 해결을 위해 미국과 보다 긴밀히 협의할 용의가 있다는 의미로 받아들여도 무방할 것 같다.

#멀리 떨어져 있는 국가들도 공동번영을 위해 애쓰는 이때 북한을 보면 실망스럽기 그지없다. 그들에게 피를 나눈 우리나라는 여전히 이용의 대상일 뿐이다. 미·중 정상회담을 앞두고 남북대화를 복원하는 척하더니 얼토당토않은 핑계를 들이대며 일방적으로 무산시켰다. 한·중 정상회담을 앞둔 최근에는 비핵화 의지를 표명하지 않은 채 미국과의 회담을 덜컥 제의했다. 참으로 무모한 집단이다. 레드우드마저 북한을 조롱하고 있는 건 아닐까.

김진홍 논설위원 jhk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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