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설교] 제자, 자기를 부인하는 사람

입력 2013-06-17 17:33 수정 2013-06-17 17:39

마가복음 8장 27~38절

예수님의 갈릴리 사역은 성공적으로 진행되었습니다. 귀신을 쫓아내며 병든 자를 고치시는 예수님의 능력을 경험한 많은 사람들은 구름 떼처럼 예수님을 따르면서 많은 기대를 갖게 되었습니다. 이들은 세속적 유익이 좋아 예수님을 따랐습니다. 그런 사람들 사이에서 제자들과 주위 사람들은 예수가 진정 하나님의 아들이요, 메시아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능력 있는 사람과 한 패가 되었다는 사실 때문에 제자들과 그 주변 사람들은 벌써 잔머리를 굴리기 시작했습니다. 이제 우리는 뭔가 좋은 일을 이룰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마음에 채워지기 시작했습니다.

예수님은 이런 사실을 아시고 계셨습니다. 마가복음 8장에선 “이에 자기의 일을 아무에게도 말하지 말라 경계하시고 인자가 많은 고난을 받고 장로들과 대제사장들과 서기관들에게 버린 바 되어 죽임을 당하고 사흘 만에 살아나야 할 것을 비로소 저희에게 가르치시되”라고 기록하고 있습니다. 예수님은 왜 좋은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었을까요? 죽음과 고통을 말하면 사람들이 동요하고 떠나갈 것을 아셨을 텐데 이렇게 말씀하신 것일까요? 그것은 예수님의 사역 핵심이 십자가의 죽음이기 때문입니다. 우리 그리스도인들의 삶도 결국은 하나님 나라이지 이 땅이 아니라는 사실을 늘 명심하고 살아야 합니다.

상황이 이렇게 전개되자 베드로가 먼저 나섭니다. 성경에는 “드러내 놓고 이 말씀을 하시니 베드로가 예수를 붙들고 항변하매”(막 8:32)라고 짧게 적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베드로는 예수님께 뭐라고 말했을까요? 그 다음 꾸짖음을 당하는 것을 보니까 아마도 “주님 지금 그런 말씀을 하면 사람들이 떠납니다” “주님, 그렇게는 안 됩니다. 저라도 나서서 그런 일이 없도록 막겠습니다”라고 했을 것입니다. 그 결과 주님은 베드로를 향해 “사단아 내 뒤로 물러가라 네가 하나님의 일을 생각지 아니하고 도리어 사람의 일을 생각하는도다”(막 8:33)라고 말씀하십니다. 우리는 베드로처럼 우리의 방식대로 판단하고 결정해 주님을 섬기려 합니다. 주님의 방식이 아니면 사탄의 생각일 수 있는데, 주님의 길을 더럽히는 것일 수 있는데 우리는 자꾸 우리의 능력과 지혜와 경험을 가지고 주님께 충고하려 합니다. 그런 제자들에게 예수님은 말씀하십니다. “아무든지 나를 따라오려거든 자기를 부인하고 자기 십자가를 지고 나를 좇을 것이니라.”(막 8:34)

자기를 부인한다는 것은 구원과 십자가와 천국과 믿음에 대한 개념에서 ‘자기의 생각을 고집하지 않는 것’입니다. 그리고 예수님의 생각을 받아들이는 것입니다. 내 생각대로 하나님을 섬기거나 교회에서 봉사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의 생각대로 섬기는 것입니다. 삶을 하나님의 은혜로 생각하고 감사하는 마음을 키워 가는 것입니다. 더 직접적으로 말하자면 ‘나를 믿지 않는 것’, 이것이 자기를 부인하는 것입니다.

교회에서 봉사하는 것을 보면 내 뜻대로 되지 않는다고 고집을 부리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하나님의 교회는 힘으로 되지 않고 능력으로 되지 않고, 사람의 수로 되지 않는데 외적인 것을 너무 의지합니다. 사람들의 정치적인 생각과 여론을 너무 중시합니다. 그러다 보니 교회가 하나님을 기쁘시게 하기보다 어떻게 하면 사람들의 필요를 더 유용하게 채울 수 있을 것인가 하는 데 관심을 가지게 됩니다. 그것은 제자의 바른 자세가 아닙니다.

정창수 목사(광주 산돌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