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구’ 기웃대는 美… ‘출구없는 공포’ 몰고 오나
입력 2013-06-16 19:07
미국이 양적완화의 ‘출구’를 기웃거리면서 글로벌 금융시장이 요동치고 있다. 불안감은 이미 수면 위로 떠올랐다. 특히 신흥국 증시는 최근 심각한 타격을 입고 있다. 아직 회복 흐름을 타지 못한 우리 경제에도 어두운 그림자가 짙게 드리우고 있다. 정부는 서둘러 외국자본의 유출입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국제 공조에 나서기로 했다.
1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의 회의록이 공개된 지난달 22일부터 지난 14일까지 아시아 신흥국과 브릭스(BRICs·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의 증시 수익률이 대폭 하락했다. 회의록에는 다수 위원이 6월 FOMC부터 양적완화에 대한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고 언급한 내용이 담겼다.
외국인 투자자들은 펀더멘털(기초여건)이 상대적으로 약한 신흥국에서 선제적으로 자금을 회수하고 있다. 필리핀 증시의 지수 변동률은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기준으로 -18.77%로 나타나 주요 35개국 중 가장 큰 하락 폭을 기록했다. 지난 4월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며 승승장구하던 태국과 인도네시아도 각각 -12.96%, -11.93% 하락했다.
브릭스 증시는 경기 회복세가 둔화되면서 지난해부터 지지부진한 모습을 보인 데다 양적완화 축소 우려마저 겹치며 기운을 쓰지 못했다. 중국 증시는 내부 상승력이 없는 가운데 외부 충격까지 더해지면서 같은 기간 -10.73% 추락했다. 브라질과 러시아 증시도 맥을 못 췄다.
우리 증시도 외국인이 삼성전자를 중심으로 대규모 매물을 쏟아내면서 -6.36% 하락했다. 외국인이 강한 순매도를 보이고 있는 싱가포르, 대만, 말레이시아도 각각 -7.30%, -6.03%, -4.60%로 부진했다.
미국 양적완화에 기댔던 글로벌 유동성이 줄어들 조짐을 보이면서 당장 국내 기업과 금융회사가 해외에서 자금을 조달하는 데 애를 먹고 있다. 수출입은행은 호주 금융시장에서 3억 달러 이상의 캥거루 본드를 발행하려던 계획을 잠정 연기했다. SK이노베이션, GS칼텍스 등의 대기업이나 공기업도 이달에 외화채권 발행을 검토했다가 보류했다. 10억 달러 규모의 외국환평형기금채권(외평채) 발행을 계획했던 정부는 시기를 잡지 못하고 있다.
다만 태국이나 인도네시아, 인도, 브라질 등과 달리 우리는 외화자금 유출 폭이 적다. 지난달 말 현재 우리나라의 외환보유액은 3281억 달러로 세계 7위 수준이다. 경상수지 흑자는 15개월째 이어지고 있다.
정부는 당장 위기상황이 오지는 않겠지만 시장 충격이 상당할 수 있다고 본다. 이에 따라 다음 달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중앙은행총재 회의에서 국제공조를 통한 사태 해결에 적극 나설 계획이다.
정부는 단기 대책보다는 국내 외환 흐름을 24시간 모니터링하고 필요할 경우 충격을 완화하는 데 정책 초점을 맞추기로 했다. 국제공조를 통한 사태 해결에는 적극 나서기로 했다.
하지만 일본 아베노믹스의 실패가 가시화되고 미국의 출구전략 등이 금융 불안을 증폭시키면서 위기가 실물로 전이되면 상황은 달라진다. 수출 의존도가 높은 우리 경제로서는 최악의 시나리오다.
정부 관계자는 “미국의 양적완화 출구전략 시행과 일본 아베노믹스의 성패에 따른 금융시장 불안을 하반기 경제 운용의 매우 중
요한 위험요인으로 설정하고 대응 태세를 강화했다”고 말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선정수 기자 js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