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국제 고립서 벗어나나…대학생-여성이 선거혁명 주도
입력 2013-06-16 18:54 수정 2013-06-17 02:42
중도 성향의 성직자 출신 정치인 하산 로우하니의 대통령 선거 당선으로 이란에 ‘제2의 하타미 시대’가 도래할지도 모른다는 기대가 증폭되고 있다고 뉴욕타임스(NYT) 등이 1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극단주의를 끝내자. 온건주의 말고는 길이 없다”는 게 선거 기간 로우하니의 공언이었다.
로우하니의 당선은 마무드 아마디네자드 대통령의 강경한 대외정책으로 미국으로부터 제재를 받아 경제가 파탄 직전에 이른 뒤 민심이 현 정부에 등을 돌린 결과로 풀이된다. 중도파로 분류되는 로우하니는 미국과 적대관계를 청산하고 긴장을 해소하겠다고 여러 차례 밝혀 왔다.
이에 따라 로우하니 당선자의 차기 정부에서 이란이 오랜 국제적 고립을 깰 수 있을지도 주목된다. 로우하니는 악바르 하셰미 라프산자니 전 대통령(재임 1989~1997) 시절 국가안보정책 자문역을, 무하마드 하타미 전 대통령(재임 1997~2005) 시절 핵협상 수석대표를 지낸 바 있다. NYT에 따르면 이란 유권자들은 핵프로그램을 동결하고 제재를 완화하는 데 노력했던 하타미 전 대통령 시절과 로우하니를 연결지어 생각하고 있다고 한다. 당시 핵협상 수석대표를 역임한 로우하니가 현재의 이란을 국제적 고립에서 벗어나게 해줄 거라는 희망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마무드 아마디네자드 대통령 정부에서 계속된 보수화에 지친 이란 젊은이들도 이번 ‘선거혁명’의 주역으로 평가된다. 로우하니는 대학생들에 대한 감시와 탄압을 줄이고, 여성들에게는 직업 선택에 있어 공평한 기회를 제공하겠다고 공약했다. 여성부 신설과 소수민족 보호도 그의 공약이다.
그러나 가장 결정적인 승리 요인은 중도·개혁 진영이 후보단일화에 성공한 것이다. 당초 중도·개혁파에서는 로우하니 외에도 무하마드 레자 아레프 후보가 유력 후보로 거론됐으나 아레프는 선거 사흘 전 중도 사퇴했다. 중도·개혁 진영의 가장 유력한 후보였던 라프산자니 전 대통령은 지난 5월 헌법수호위원회의 후보 심사에서 탈락, 출마도 하지 못했다.
반면 보수파에서는 여러 후보가 동시 출마해 표가 갈렸다. 보수 진영에서는 사이드 잘릴리·모함마드 바케르 칼리바프·알리 악바르 벨라야티·골람 알리 하다드 아델·모흐센 레자이 후보가 출마했다가 아델 후보가 사퇴, 4명이 표를 나눴다. 결국 로우하니는 72.2%의 투표율이 보여주는 높은 선거 열기 속에서 과반의 표를 얻는 데 성공, 결선 투표에서 보수 후보와 1대 1로 붙는 일을 피할 수 있었다.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의 ‘복심’으로 일컬어지며 유력 후보로 예상됐던 잘릴리는 16.56%를 얻은 모함마드 바케르 칼리바프에게도 밀리며 11.36% 득표로 3위에 그쳤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양진영 기자 hans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