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산지 ‘대사관 감옥’서 보낸 1년… “마음은 갇혀있지 않다” 회견

입력 2013-06-16 18:55

재킷과 넥타이는 갖춰 입어도 신발은 신지 않는다. 실내에서만 1년 가까이 생활하다 보면 아무리 서구인일지라도 신발 신는 일이 무용하게 느껴지는 모양이다. 실외에는 한 발짝도 안 나간 채 인터넷만 들여다보며 활동하면서도 세계에서 손꼽히는 영향력을 행사한다.

이는 19일(현지시간)로 이상한 기념일을 맞게 된 위키리크스 설립자인 줄리안 어산지(41) 이야기다. 망명에 실패한 그가 영국 런던 주재의 에콰도르 대사관에서 사실상 감금 생활을 한 지도 어느덧 1년이 다가왔다. 운동을 위한 잠깐의 바깥출입도 허용되지 않는다는 점에서는 교도소 재소자들보다 더 열악한 생활을 하고 있다.

“(갇혀 살고 있지만) 사실 제 마음은 갇혀 있지 않습니다.” 16일(현지시간) 보도된 AF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어산지는 자못 쾌활하게 말했다. “육체적 상황이 어렵지만 매일 운동을 하고 있어요,”

어산지가 갇힌 1년 동안에도 위키리크스는 언론 자유의 한계가 어디까지여야 하는지에 대해 전 세계에 심도 깊은 질문을 던졌다. 최근에는 미국 정부의 무차별 정보수집 활동을 폭로한 ‘내부고발자’ 에드워드 스노든이 바통을 이어받았다.

“스노든은 누구보다도 영웅의 좋은 예입니다. 그는 지극히 용감하게 행동했어요.”

극비 정보 폭로로 망명처를 물색해야 할 처지가 된 스노든은 어산지의 현재 모습과 묘하게 겹친다. 어산지는 홍콩에 있는 스노든에게 “남미로 가라”고 조언한 적도 있다.

“그가 재판도 없이 갇혀서 종신형을 받을 위기에 처한 브래들리 매닝(이라크에서 정보분석병으로 일하며 얻은 미군 정보를 위키리크스에 넘긴 혐의로 체포돼 재판 중)과 같은 길을 걷는 걸 원하지 않아요.”

인터뷰 동안에도 대사관 바깥에는 영국 경찰이 24시간 대기하고 있었다. 성폭행 혐의를 받는 그가 바깥으로 나올 경우 즉시 체포, 스웨덴으로 송환하기 위해서다.

어산지는 지난해 에콰도르에 망명을 신청해 허락받았으니 영국 정부가 에콰도르행을 용인하지 않고 체포를 공언하는 바람에 대사관에만 머무르고 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양진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