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라운 이변”… 이란 대선 확 달라졌다

입력 2013-06-16 18:54

이란 대통령 선거에서 중도파 성직자 하산 로우하니(64) 후보가 15일(현지시간) 예상을 뒤엎고 50.7%의 높은 득표율로 결선투표 없이 당선을 확정지었다.

대선을 앞두고 최종 6파전의 보·혁 대결로 좁혀진 이번 선거에 집중됐던 관심만큼이나 선거결과에 대해 국제사회는 ‘놀라운 이변’이란 반응을 쏟아내고 있다. 아랍권 언론들도 일제히 로우하니의 당선을 긴급뉴스로 전하며 ‘충격적’이라고 보도했다.

정치개혁과 대외관계 회복을 열망하며 투표를 독려했던 대다수 이란 유권자들조차 선거결과에 의아해하는 분위기다. 2009년 대선에서 부정선거 의혹이 반정부 시위로 확산되며 대규모 유혈사태를 경험했던 터라 너무나도 순조롭게 현실이 된 온건 중도개혁파 후보의 당선이 ‘익숙지’ 않다는 반응이다. 경제제재로 악화된 생활고에 이란판 ‘아랍의 봄’의 우려가 선거에 작용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선거결과에 개혁진영뿐만 아니라 오랫동안 숨죽여 온 이란 국민들은 당장 축제의 장을 펼쳐냈다.

이란 수도 테헤란에 거주하는 중년 여성 파티마(58)씨는 뉴욕타임스(NYT)에 “믿기지 않는다. 정말로 국민들이 승리한 것인가”라고 물으며 “사람들이 모두 나처럼 놀랐다”는 반응을 보였다. 한 테헤란 시민은 AP통신에 “그 무엇보다 우리의 투표가 존중받았다는 사실이 가장 기쁘다”면서 선거 부정과 개입의 우려를 불식시킨 투표결과에 대한 감격을 표출했다.

외신들에 따르면 테헤란 시내에는 로우하니의 상징색인 보라색이 곳곳에 등장했고, 도심 거리를 가득 메운 수만명의 시민들은 “로우하니 만세, 잘 가라 마무드 아마디네자드(현 대통령)”를 연호했다.

새 시대를 향한 열망을 감격으로 표출한 시민들은 자유와 개혁에 대한 당부 역시 빼놓지 않았다.

기쁜 마음에 잠을 이룰 수 없어 거리에 나섰다는 한 여대생은 AFP통신에 “이번 승리는 개혁으로 가는 첫걸음”이라고 강조했고, 자신을 기자로 소개한 한 여성은 “선거결과가 사회와 언론의 자유로 이어질 것을 믿는다”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핵 개발과 시리아 사태 등을 놓고 이란과 첨예하게 대립해 왔던 서방 국가들도 로우하니의 당선을 축하하며 직접 대화를 통한 문제 해법을 촉구했다.

이란 대선 이전부터 새 정부와의 직접 협상을 촉구해 온 미국 정부는 “이란 국민들의 정치 참여를 축하하고 투표 결과를 존중한다”면서 “(새 정권이) 국민들의 의지를 존중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캐서린 애슈턴 유럽연합(EU) 외교정책 담당 집행위원도 “핵 문제 해결을 위해 당선자와 협력할 것을 약속한다”고 밝혔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은 당선 축하 메시지를 전하며 국제사회에서 이란의 건설적인 역할을 촉구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구성찬 기자 ichthu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