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 대통령, 과거정부와 날선 대립각… 손익계산서는

입력 2013-06-16 18:33


역대 대통령들은 정권 출범 초기에 역사 바로 세우기나 사정(司正)을 통해 과거 정부와 대립 각을 세워 왔다. 과거 정부의 핵심 인사들에 대한 사정은 정치보복이라는 비판을 받기도 했지만 차별화된 정권임을 강조함으로써 얻는 실익이 적지 않았다.

박근혜 대통령 역시 전두환 전 대통령의 추징금 환수 문제와 국가정보원의 대선개입 의혹 및 원전비리·4대강 사업에 대한 검찰 수사로 과거 정부와 날선 대립을 하고 있다. 박 대통령이 과거 정부와 대립하면서 얻을 수 있는 득실은 무엇일까.

과거 정부의 부정·부패, 비리를 파헤치는 사정 정국은 국민의 지지를 받는 경우가 많았다. 김영삼정부가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을 포함한 12·12 쿠데타 및 5·18 내란 책임자들에 대한 사법처리는 정권 초기 높은 지지를 받는 동력이 됐다. 노무현정부도 정권 초기 여야 대선자금 수사를 통해 당시 한나라당(현 새누리당)에 ‘차떼기당’이라는 오명을 씌우며 무력화시킨 전례가 있다.

박근혜정부가 단군 이래 최대 토목사업이라는 4대강 사업의 비리 커넥션을 밝혀낼 경우 국민의 ‘정치적 카타르시스’(정화)를 통해 국정 지지율을 끌어올리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전 전 대통령의 추징금 환수 및 원전비리에 대한 과거 정부의 책임을 지적한 박 대통령의 언급은 여러 포석이 있다. 민주당이 집권했을 당시 김대중·노무현 정부의 추징금 실태를 지적함으로써 추징금 미납을 현 정부의 책임으로 몰아가는 야당의 공세를 차단하는 한편, 새 정부의 지하경제 양성화라는 국정과제를 추동하는 효과가 있다는 분석이다. 4만7000원 추징에 그친 이명박정부를 겨냥한 측면도 있다. 새 정부는 이명박정부와 달리 이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강조함으로써 보수정권의 연장이 아닌 새로운 정부라는 점을 각인시킨 것이다. 원전비리 역시 과거 정부에서부터 지속돼온 사안임을 지적함으로써 현 정부가 모든 것을 책임져야 한다는 부담에서 벗어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국정원의 대선개입 의혹 수사는 국정원의 정치 개입에 부정적이었던 박 대통령의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이번 기회에 국정원 개혁의 신호탄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이 사안은 야당을 비롯한 진보진영의 반발이 거세다는 점에서 예기치 못한 후폭풍을 맞을 수도 있다.

그럼에도 박 대통령이 김대중·노무현정부보다 이명박정부의 실정을 겨냥한 측면이 크기 때문에 국민대통합에 큰 걸림돌이 되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현재까지는 박 대통령의 행보는 실보다는 득이 많을 것이라는 얘기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16일 “전 전 대통령 추징금 환수 문제는 김대중·노무현정부보다 이명박정부를 겨냥한 측면이 더 크다”면서 “좌파 정권이라는 지적을 받았던 김대중·노무현정부가 추징금 환수에 적극 나섰을 경우 보수 진영의 반발이 컸을 것이다. 보수는 보수가 칠 때 설득력이 있다”고 말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김재중 기자 jj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