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CIJ 페이퍼컴퍼니 명단 공개] 조세피난처서 국내 투자 외국인 급증
입력 2013-06-16 18:24
조세피난처에서 국내 증시에 참여하는 외국인 투자자들이 급증하면서 주가 조작 및 돈세탁을 위한 자금으로 탈바꿈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주요 조세피난처에 등록된 외국인 투자자의 숫자는 최근 7년 사이 2.6배로 급증했다. 이들 중에는 탈세·불공정거래를 일삼는 ‘검은머리 외국인’도 상당수일 것으로 추정된다.
16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대표적인 조세피난처인 케이맨 제도와 룩셈부르크의 외국인 투자자는 2005년 1590명(전체 외국인의 8.6%)에서 지난해 4095명(11.5%)으로 증가했다. 대부분 기관투자가인 이들은 국내 증시에서 주식·채권 거래가 활발했다.
특히 주가가 낮고 시세조종이 잦은 코스닥 시장에서 거래가 많았다. 2008년 케이맨 제도·룩셈부르크·홍콩·버뮤다·버진아일랜드 지역의 투자자가 기록한 코스닥 거래 비중은 전체 외국인의 21.7%에 이르렀다. 투자자 숫자로는 전체 외국인의 0.1%에도 못 미치는 버진아일랜드 외국인 투자자는 2010년 전체 외국인이 지닌 코스닥 주식의 2.9%를 보유하기도 했다.
이들은 회사채를 중심으로 상장채권도 많이 보유·거래했다. 지난해 말 투자자 비중으로는 3.8%인 룩셈부르크 외국인 투자자의 경우 전체 외국인 보유 채권의 15.0%를 갖고 있을 정도다. 룩셈부르크 투자자들의 상장채권 거래 비중은 2011년 전체 외국인의 6.7%에서 지난해 14.0%로, 같은 기간 홍콩 투자자들의 상장채권 거래 비중은 2.2%에서 5.4%로 껑충 뛰었다.
금융당국은 국내 증시의 외국인 동향을 추적하기 위해 외국인 투자자 등록제도를 운영하고 있지만 검은머리 외국인인지 아닌지 알지 못한다. 감독 사각지대도 많은 편이다. 한국거래소 관계자는 “외국인 등록을 했다 하더라도 다수 투자자의 자금을 모아 운용하는 ‘옴니버스 계좌’ 형식이라면 그 집단 안에 검은머리 외국인이 끼여 있는지 알아낼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조세피난처 외국인 투자자 증가세에 금감원은 외국인 투자자 대리인 업무 감독을 강화하고 나섰다. 은행·증권사에 외국인 본인임을 확인할 수 있는 공적서류 원문을 구비하고, 투자등록 기한 말소를 수시 파악하도록 지시한 것이다. 새로운 외국인이 투자자 집단에 추가될 때에는 매매 주문 전에 전체 명단이 기재된 신고서를 받아두게 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최근 불거진 조세피난처 유령법인 문제가 검은머리 외국인을 이용한 불공정거래와 관계된 것인지 주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이경원 기자 neosar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