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세훈 재판’ 결과따라 황교안 법무장관·채동욱 검찰총장 둘 중 한 남자는 운다
입력 2013-06-16 18:18 수정 2013-06-17 02:26
검찰이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을 대선 및 정치 개입 혐의로 기소하면서 공은 법원으로 넘어갔다. 검찰은 기소 직전 선거법 적용 문제를 놓고 의견이 엇갈려 내부 갈등이 표출된 데다 원 전 원장 사건이 정치쟁점으로 부상하면서 법원 판결에 따른 대형 후폭풍이 예상된다.
16일 법조계에 따르면 원 전 원장의 선거법 위반 혐의 판단 핵심 쟁점은 크게 3가지다. 우선 원 전 원장의 ‘지시·강조말씀’에 선거개입 의도가 있었는지, 직원들의 선거법 위반 댓글 활동이 원 전 원장의 ‘명시적 지시’에 의한 것이었는지를 가리는 것이다.
검찰은 원 전 원장 지시사항이 직원들에게 하달됐고, 이행계획과 활동 내역이 보고된 만큼 그의 직접적 지시로 볼 수 있다는 입장이다. 또 지시·강조말씀에 특정 야당 후보에 대한 비판 내용 등이 직접 거론되는 만큼 선거개입 의도도 분명하다고 보고 있다.
검찰은 “특정 야권 세력을 저지하는 것이 종북세력 대응책이었다”는 취지의 국정원 직원 진술 등에 기대를 걸고 있다. 법조계 관계자는 “직원들이 지시 의도를 어떻게 파악했고, 이를 실제 댓글 작업에 반영했는지가 핵심 쟁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검찰이 발견한 국정원 직원들의 인터넷 게시글 5300여개 중 선거법 관련 글이 73개에 불과한 것도 쟁점이다. 검찰은 “단 한 건이라도 완벽하게 선거법에 저촉될 경우 기소가 가능하다”는 입장이지만 한 부장판사 출신 변호사는 “(검찰의 기소가) 선거법을 폭넓게 해석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법원에 공을 넘긴 검찰은 “공소유지에 최선을 다하겠다”며 말을 아꼈다. 검찰은 국정원 본부 IP를 통해 특정 후보를 지지·비방한 게시글 60여개, 국정원 직원 추정 트위터 계정의 선거 관련 게시글 320여개에 대한 추가 수사를 통해 원 전 원장을 추가 기소할 방침이다.
그러나 채동욱 검찰총장 체제의 첫 대형 수사가 잡음으로 얼룩진 데 대한 후유증도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검찰 일부에서는 기소 이후에도 ‘좌고우면하다 악수를 뒀다’는 탄식이 계속되고 있다. 한때 선거법 적용에 반대했던 공안부가 공소유지를 맡게 된 점도 변수다. 나중에 수사팀은 같은 결론에 이르긴 했지만 애초 소신과 다른 법 적용에 동의하고, 이를 재판부에 설득해야 하는 궁색한 처지가 된 것이다.
또 법원이 선거법 무죄를 선고하면 검찰의 수장인 채 총장이 곤란한 처지가 되고, 반대로 유죄가 선고되면 ‘무리한 법 적용’이라고 반대했던 황교안 법무부 장관이 괜한 고집을 부렸다는 비판을 받을 수 있다.
정치권에서는 검찰이 이종명 전 3차장 등 국정원 간부와 직원들을 기소유예 처분한 데 반발해 재정신청을 예고했다. 법원이 이를 받아들이면 검찰이 면죄부를 줬다는 비판도 피하기 어렵다.
검찰 고위 관계자는 “치열한 토론 속에 나온 결론이 검찰의 뜻”이라며 “지금은 공소유지로 혐의를 입증하는 길밖에는 없다”고 말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전웅빈 기자 im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