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분석] 北, 美에 고위급 회담 전격 제의… 韓·美·中 공조 판깨기 전략
입력 2013-06-16 18:09 수정 2013-06-17 02:07
북한이 16일 북·미 고위급 회담 개최를 전격 제안했다. 지난 11일 남북당국대화를 무산시킨 지 닷새 만이다. 이번 제안은 북한의 헌법상 최고권력기관인 국방위원회의 대변인 중대담화 형식으로 나왔다는 점에서 김정은 국방위 제1위원장의 의중이 실렸다는 분석이 나온다.
북한 국방위원회 대변인은 중대담화에서 “조선반도(한반도)의 긴장을 완화하고 미국 본토를 포함한 지역의 평화와 안전을 담보하는 데 진실로 관심이 있다면 전제조건을 내세운 대화와 접촉에 대하여 말하지 말아야 한다”며 “조(북)·미 당국 사이에 고위급 회담을 가질 것을 제안한다”고 밝혔다고 조선중앙통신이 전했다. 대변인은 “조·미 당국 사이의 고위급 회담에서는 군사적 긴장상태의 완화 문제, 정전체제를 평화체제로 바꾸는 문제, 미국이 내놓은 ‘핵 없는 세계 건설’ 문제를 포함해 쌍방이 원하는 여러 가지 문제를 폭넓고 진지하게 협의할 수 있을 것”이라며 “회담 장소와 시일은 미국이 편리한 대로 정하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특히 “조선반도의 비핵화는 우리 수령님(김일성 주석)과 우리 장군님(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유훈이며 우리 당과 국가와 천만군민이 반드시 실현하여야 할 정책적 과제”라고 밝혔다. 북한이 김 제1위원장 집권 이후 ‘비핵화가 김일성·김정일의 유훈’이라고 밝힌 것은 처음이다.
이에 대해 케이틀린 헤이든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대변인은 “미국은 북한과 대화 라인을 열어놓고 있다”면서도 “우리는 북한을 말이 아니라 행동으로 판단할 것”이라고 밝혔다. 북미 간 대화나 협상이 진행되려면 북한이 먼저 비핵화 조치 등 진정성 있는 행동을 취해야 한다는 기존 입장을 되풀이한 것으로 해석된다.
정부는 북한이 미국의 이같은 반응을 예상하면서도 고위급 대화를 제안한 것은 국면전환을 모색하려는 의도라고 분석하고 있다. 특히 미국의 ‘양자 제재’를 풀기 위한 수순이라는 판단이다. 양자 제재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제재와 별도로 미국이 북한의 대외무역 금융기관인 조선무역은행에 대해 취한 자산동결·금융거래 중지 조치 등이다. 중국도 최근 여기에 동참했다. 정부 당국자는 “북한이 양자 제재로 돈줄이 막힌 상황에서 미국과 직접 대화를 통해 이를 풀려고 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의 양자 제재를 풀지 못하더라도, 주변국들과 대화하겠다는 약속을 지켜 중국이 유엔 제재에 동참하지 않도록 하려는 포석도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북한이 이번 제안을 계기로 ‘통미봉남(通美封南)’ 전략을 다시 구사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정부는 특히 북한이 한·중 정상회담을 10여일 앞두고 미국에 대화를 제의했다는 점에서 한·중 정상회담을 견제하면서 한·미·중 3각 북핵 공조를 흔들기 위한 노림수일 수 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모규엽 기자 hirt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