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美에 회담 제의] 美 “비핵화 진정성 있는 행동이 먼저” 기존입장 고수

입력 2013-06-16 18:01 수정 2013-06-17 02:13

미국은 16일(현지시간) 오전 북한의 북·미 간 고위급 회담 제의에 대해 첫 반응을 보였다. 케이틀린 헤이든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대변인은 이날 “미국은 북한과의 대화를 선호하지만 북한을 말이 아니라 행동으로 판단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우리(미국)는 한반도 비핵화에 다다를 수 있는 신뢰할 수 있는 협상을 원한다. 그러려면 북한이 유엔 결의안 등 국제 의무를 준수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북·미 간 대화나 협상이 진행되려면 북한이 진정성 있는 행동을 먼저 취해야 한다는 기존 입장을 되풀이해 강조한 것으로 해석된다.

미국의 이러한 반응은 워싱턴의 한반도 전문가들의 예상과 거의 일치한다. 워싱턴 외교 소식통은 “미국의 입장은 ‘대화의 문은 열려 있다. 그러나 먼저 북한이 비핵화를 위해 진정성 있는 행동을 보여야 한다’로 요약된다”며 “헤이든 대변인의 발언은 여기서 한 치도 벗어나지 않았다”고 말했다.

다른 워싱턴 소식통도 “북한의 대화 제의 시점이 뜬금없고, 제의 형식도 이례적이며, 내용도 불명확하다”며 “미국이 긍정적인 입장을 내놓을 가능성은 낮다고 본다”고 말했다. 북한의 제의에 소극적으로 반응할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다.

특히 지난해 2월 북·미간 제3차 고위급 회담 합의사항인 ‘2·29합의’가 합의문 잉크도 채 마르기 전에 북한의 장거리 로켓 발사로 이행이 무산된 후 미국 정부의 대북 불신은 한층 깊어진 상태다.

미국은 이미 북미대화의 선결조건을 여러 차례 강조해 왔다. 그것은 북한이 한반도 비핵화에 대해 진정성 있고(authentic), 믿을 만한(credible) 조치를 내놓아야 하며, 이를 말뿐이 아니라 확실한 행동으로 보여야 한다는 것 등이다. 미국 정부가 말하는 ‘확실한 행동’에는 2005년 9.19 공동성명(북한이 모든 핵무기를 폐기하고 핵확산금지조약으로 복귀 약속) 준수가 포함돼 있다.

우연이겠지만 전날 글린 데이비스 미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가 워싱턴에서 열린 세미나에서 한 말이 미국의 반응을 예시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14일 경남대학교와 미국 우드로우윌슨센터가 공동주최한 포럼에서 기조연설자로 나선 데이비스 특별대표는 “남북 관계 진전과 인권문제 개선 없이는 북·미관계는 제대로 나아갈 수 없다는 걸 분명히 밝힌다”고 말했다. 남북 관계 진전을 북미 대화의 선결조건으로 내세운 것이다. 그는 이어 “북한이 악행을 멈췄다고 보상하지 않을 것이다. 단순히 대화에 복귀했다는 이유로 보상하는 일도 없을 것”이라고 했다. 북한이 핵을 포기하지 않는 한 협상은 불가능하다고 못박은 것이다.

워싱턴=국민일보 쿠키뉴스 배병우 특파원 bwb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