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美에 회담 제의] 정부 ‘北,대미 대화카드’ 예상… 이미 美와 대책 정리
입력 2013-06-16 18:06 수정 2013-06-17 02:15
북한이 비핵화를 언급하며 미국에 고위급 회담을 제의한 16일 우리 정부는 공식 반응을 내지 않고 북측 의도를 분석하는 데 주력했다. 주말인 이날 북한의 제의에 대해 미국 당국이 곧바로 입장을 밝히지 않자 우리 측은 조용한 기조를 유지하면서도 내부적으로는 한반도 정세에 미칠 영향을 예의주시하는 모습이었다. 특히 북한이 남한에 이어 미국에 잇따라 ‘대화 공세’를 펴는 목적을 파악하기 위해 집중했다.
정부는 사전에 북한이 대미 대화를 제의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미국 측과 긴밀히 협의하면서 북측 저의와 우리가 취할 수 있는 입장을 정리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기본적으로는 북한이 국면전환을 시도하려는 의도로 보고 있는 가운데 노골적으로 통미봉남(通美封南) 카드를 꺼냈을 가능성, 우리 측에 대화를 우회적으로 압박하려는 의도, 나아가 한·미·중 3각 대북공조 체제를 흔들려는 노림수 등 다양한 시나리오를 검토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정부는 북한이 이례적으로 비핵화를 거론한 대목을 주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다만 북핵 폐기만을 의미하는 비핵화가 아니라 ‘미국의 핵 위협을 완전히 종식시킬 것을 목표로 내세운 가장 철저한 비핵화’라고 강조했다는 점에서 북한의 기존 입장이 달라진 것은 아니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에 따라 오는 27일 중국에서 진행되는 한·중 정상회담은 중요성이 더욱 커지게 됐다. 박근혜 대통령은 주말 동안 공식 일정을 잡지 않고 중국 방문 준비에 대부분 시간을 할애했다. 최근 외교부 고위 관계자가 두 차례 정도 청와대에 들어와 박 대통령에게 방중 관련 사안을 보고했고, 박 대통령은 이를 바탕으로 정상회담 전략을 가다듬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달 초 중국에서 열린 한·중 고위급 전략대화 등 양국 간 외교 채널을 통해 사전 조율된 의제들을 중점적으로 살펴봤다고 한다.
양국 현안이 폭넓게 논의되는 이번 정상회담에서 박 대통령이 각별히 신경쓰는 의제는 북한 관련 이슈다. 중국은 북한에 현실적으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유일한 나라이고, 박 대통령의 한반도 신뢰프로세스 및 동북아 평화협력 구상이 실현되기 위해 적극적인 지지를 이끌어내야 하는 대상이다.
북한 비핵화는 우리 정부와 중국의 공통 목표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이달 초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북한의 핵 보유를 용인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밝혔다. 현재 박 대통령과 시 주석의 회담에서는 당초 예상보다 높은 수준의 대북 메시지가 나올 가능성이 큰 것으로 분석된다.
이런 가운데 우리 측 6자 회담 수석대표인 조태용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은 21일 중국을 방문, 중국 측 6자 회담 수석대표와도 만날 것으로 알려졌다. 조 본부장의 신임 인사차 마련된 이 일정은 한·중 정상회담을 앞두고 대북 접근법에 대한 양국 입장을 다시 한번 조율하는 의미가 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유성열 기자 nukuv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