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美에 회담 제의] 北美 “핵없는 세계건설” 해석차… 핵보유 기정사실화 직거래 속내
입력 2013-06-16 18:01
북한은 16일 국방위원회 중대담화를 통해 미국에 고위급회담을 제의하면서 군사적 긴장상태 완화와 정전체제의 평화체제로의 전환, 핵 없는 세계 건설 등 3가지 회담 의제를 내놓았다. 이 중 북한이 집중적으로 다루고자 하는 사안은 핵 문제로 보인다.
특히 북한은 중대담화에서 자신들의 비핵화 의지를 강조하면서 두 차례 ‘미국이 내놓은 핵 없는 세계건설’을 강조했다. 미국이 회담에 나온다면 ‘미국이 원하는 핵 없는 세계 건설’에 걸맞은 대화를 하겠다는 주장이다. 문제는 북한이 해석하고 있는 ‘핵 없는 세계’가 미국이 강조하고 있는 ‘핵 없는 세계’와는 의미가 다르다는 점이다.
북한의 입장에서 ‘핵 없는 세계’는 ‘핵무기 기술이 더 이상 수직적·수평적으로 확산되지 않는 세계’로 보고 있다. 현재까지 자신들이 보유한 핵 기술은 그대로 두고 대신 다른 지역으로 핵 기술을 이전하지 않고(수평적 확산), 핵무기를 더 정교화하고 수적으로 확대하는 행위(수직적 확산)를 하지 않으면 되는 것으로 북한은 해석하고 있다. 과거 북한의 핵프로그램에 대해서는 더 이상 거론하지 말고, 현재 북한의 핵능력을 인정하고 이를 토대로 협상을 해나가면 된다는 주장이다. 즉 핵보유국으로서의 지위를 인정받고 미국과 핵군축협상을 하겠다는 의미다. 중대담화에서 ‘핵보유국으로서의 우리의 당당한 지위’를 언급한 것도 이런 속내를 담고 있다.
이 때문에 북한문제 전문가들은 북한의 비핵화 의지에 진정성을 찾아볼 수 없다고 평가했다. 신범철 국방연구원(KIDA) 북한연구실장은 “북한은 이미 핵을 보유한 국가로서 비핵화를 논의하겠다는 의미”라며 “이전에 북한이 주장한 내용과 다른 점은 없다”고 말했다.
단지 비핵화가 김일성 주석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유훈이라는 점을 거론한 것은 긍정적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김용현 동국대
교수는 “김일성·김정일의 유훈을 언급한 것은 대화의지는 확고하다는 것을 강조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며 북한이 북·미 대화에 기대를 걸고 있는 것으로 해석했다. 그러나 김 교수는 “북한이 구체적으로 비핵화의지를 보여줄 수 있는 조치를 취하지 않는 한 큰 의미를 둘 수는 없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회담이 성사되더라도 미국은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하지는 않을 것이며, 양측이 맺은 기존 합의에서 약속한 비핵화조치를 우선적으로 주문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은 그간 ‘진정성 있는 비핵화 의지’와 ‘말이 아닌 행동’을 강조해 왔다.
이와 함께 북한이 제시한 군사적 긴장상태의 완화와 정전체제를 평화체제로 전환하는 문제는 그간 북한이 지속적으로 주장해온 사안이다. 군사적 긴장상태 완화는 한·미가 매년 실시하고 있는 군사훈련의 중단을 의미하며, 평화체제로의 전환은 궁극적으로 북·미관계 정상화를 뜻한다. 하지만 북핵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한 쉽게 해결될 수 없는 의제들이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최현수 군사전문기자 hscho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