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혁신안 발표한 민주당, 행동으로 보여라

입력 2013-06-16 17:51

민주당 김한길 대표가 취임 1개월여 만에 혁신안을 발표했지만 일반 유권자는 물론이고 당원과 지지자들조차 미덥지 않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안철수 의원의 신당 창당에 대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는 분석이 더 많이 나온다. 심지어 일부 당직자들은 “절체절명의 위기에 놓인 당을 구하기 위한 방법이 고작 사무처 구조조정이냐”라고 반발하고 있다고 한다.

민주당 혁신안에는 160여명인 중앙당 당직자를 절반으로 줄이고 영등포 중앙당사를 10분의 1로 축소하며, 정책개발 기능을 대폭 확대하겠다는 내용이 담겨있다. 공천권을 비롯한 모든 권력을 중앙당이 독점해 민심을 정치에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 과거의 잘못된 관행을 탈피하는 첫걸음이자 ‘김한길식(式) 독한 혁신안’이라는 설명도 이어졌다.

하지만 이번 혁신안은 정상적인 정당민주주의를 실현하려면 반드시 갖춰야 할 필요조건을 서술한 데서 크게 나아가지 못했다. 현행 정당법 30조는 중앙당에 둘 수 있는 유급사무직원을 100명 이내로 제한하고 있는 만큼 중앙당 당직자를 줄이겠다는 것은 관행적인 편법·위법적 상황에서 벗어나겠다는 의지를 표현한 것에 불과하다. 정책개발 기능을 강화하겠다는 것 역시 국민 세금으로 경상보조금을 받는 정당이라면 당연히 해야 할 일이다.

고질적인 계파갈등과 원칙 없는 포퓰리즘에 대한 실망 때문에 지지율이 10%대에 머물고 있는 민주당을 근본적으로 쇄신할 개혁안으로는 크게 미흡한 수준인 것이다. 물론 민주당은 내년 지방선거 때까지 각종 정치 개혁안을 단계적으로 발표할 계획이다. 여기에는 의원 겸직금지, 세비삭감, 기초단체장 및 기초의원 공천권 폐지 등 지난해 대선 전부터 논의됐던 각종 쇄신안이 포함될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당을 먼저 쇄신한 뒤 본격적인 정치개혁에 나서겠다는 김 대표의 복안으로 보인다.

그러나 민주당에 정작 필요한 것은 쇄신과 개혁을 위한 이런저런 방안을 잔뜩 내놓는 것보다 이를 행동으로 옮기는 것이다. 유권자들이 민주당에 실망한 이유는 개혁안을 만들지 못해서가 아니라 말만 앞세워놓고 당내 기득권 세력과 계파갈등을 뛰어넘지 못해 실천에 이르지 못하기 때문이다.

민주당은 국회의원 127명을 거느린 제1 야당이다. 국민들은 정부·여당을 견제하는 동시에 유권자들의 마음을 읽어 정치에 반영하는 진정한 야당을 기대하고 있다. 민주당이 특권을 내려놓고 스스로를 개혁한다면 유권자들은 지금까지의 실망에서 벗어나 새로운 관심을 보일 것이다. 신뢰를 받는 수권야당이 정치 발전을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는 점에 다른 의견이 있을 수 없다. 그리고 그것의 출발점은 말의 성찬에서 벗어나 행동으로 국민들에게 다가서는 데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