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유독물 취급 중소업체 안전관리지원 강화해야
입력 2013-06-16 17:50
국내 유독물 취급업체 10곳 중 4곳 이상에서 시설 미비와 노후화 등 각종 부실이 발견됐다는 어제 정부발표는 사태의 심각성을 새삼 일깨워준다. 전자제품, 철강, 섬유제품 생산을 위해 세척, 압연, 도금, 염색 등의 공정에서 화학물질을 사용하는 중소규모 업체가 사고에 가장 취약한 것으로 드러났다. 관계부처와 지방자치단체가 70여 일간 3846개 사업장을 대상으로 실시한 전수조사 결과다.
환경부는 이를 토대로 이달 말까지 확정할 ‘화학물질 안전관리 종합대책’에서 “맞춤형 관리방안과 함께 영세·취약 사업장에 대한 기술 및 재정지원을 강화하는 데 중점을 두겠다”고 밝혔다. 그동안 잦은 화학물질 관련사고의 원인과 대책이 주로 대기업과 대규모 산업단지에 초점이 맞춰진 채 논의된 게 사실이다. 그래서 윤성규 환경부 장관이 14일 인천 주안 국가산업단지를 방문해 중소 입주업체 관계자들과 간담회를 가진 것은 적절했다고 본다. 이들 업체 상당수는 유해화학물질관리법 개정안에 명시된 안전 조치를 이행하거나 위반사항과 화학물질 사고에 부과되는 과징금을 낼 여력이 없기 때문이다.
결국 종합대책은 크게 두 가닥으로 방향을 잡아야 한다. 대기업에 대해서는 그들의 지휘·감독권이 미치는 사업장 안에서 벌어진 하도급 작업을 포함한 모든 사고에 대해 엄하게 책임을 물려야 한다. 현장감독은 사고 억제 효과가 제한적일 수밖에 없으므로 결과책임주의를 적용해야 한다. 즉 중대 산업재해나 사업장 밖 인명을 해치는 기업은 망할 수도 있다는 신호를 줘야 한다. 이를 위해 대통령 공약사항이기도 한 환경오염 가해자 피해배상제도와 장외(場外)영향평가제도를 속히 도입해야 할 것이다.
중소기업들에 대해서는 기업의 부담은 덜면서도 안전 관리를 강화하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유해화학물질을 사용하는 중소기업 대부분이 대기업 납품업체라는 점을 감안할 때 발주 또는 원청업체도 안전관련 기술지원을 하도록 인센티브를 제공할 필요가 있다. 또한 환경부, 고용노동부 등 관계부처와 지방자치단체 및 지역 주민 간 정보공유 및 긴밀한 협조체제를 구축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