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수·익살… 어른의 감성을 깨우다… 문형태 ‘캔디’展
입력 2013-06-16 17:34
밤중에 자동차를 몰고 가는 남녀(한밤의 드라이브), 푸른 물이 가득한 작은 욕조에서 다이빙을 하는 남자(첨벙), 거짓말하는 피노키오처럼 코가 길게 늘어난 여왕(퀸), 욕조에 누워 커피를 마시며 책을 읽는 사내(노근노근). 서울 관훈동 갤러리 나우에서 7월 2일까지 ‘캔디(Candy)’라는 타이틀로 개인전을 여는 문형태(37) 작가의 그림은 익살스럽다.
작가 자신의 일상과 경험들,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재치 있게 표현했다. 붉고 푸른 색채와 현실을 실감나게 그려낸 두툼한 질감으로 보는 이의 감성을 자극한다. 그의 그림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다소 왜곡되고 과장됐다. 작가 자신 또는 현대 도시인을 상징하지만 분위기는 초현실적이다. 그의 작품을 관람하는 데 필요한 것은 감각이다.
작가는 대학(조선대 회화과) 시절에 추상화를 그렸다. 그러다 우연한 기회에 서울 홍대 앞 아트마켓에 참가해 그려낸 작품이 팔리는 것을 보고 구상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이후 팬들이 생겨나고 일약 ‘인기작가’로 떴다. 그림도 비교적 잘 팔린다. 장난감을 갖고 노는 어린아이처럼 ‘어른을 위한 동화’를 순수하면서도 유머러스하게 붓질하는 게 인기 요인이다. 이번 18번째 개인전에는 형태는 단순해지면서 깊이는 더해진 작품 30여점을 선보인다. 현실적인 삶의 이미지와 비현실적인 희망이 맞물려 있는 그림들이다. 샤워 장면을 그릴 때 샤워 자체보다는 0.00001초 찰나의 느낌을 포착하려고 애쓴다는 작가는 “유명하고 훌륭한 작가를 꿈꾸는 게 아니라, 그림 그리는 것을 잘하는 행복한 사람이 되기를 꿈꾼다”고 했다(02-725-2930).
국민일보 쿠키뉴스 이광형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