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음 뚫고 피어나는 생명의 힘… 박성민 ‘아이스 캡슐’展
입력 2013-06-16 17:37
30도를 오르내리는 여름 날씨에 박성민(45) 작가의 얼음 그림 전시가 19일부터 7월 5일까지 서울 관훈동 노화랑에서 열린다. 도자기에 담긴 투명한 얼음 속에는 빨간 딸기와 싱그러운 청미래 이파리가 놓여 있다. 극사실적이면서도 세련된 미감으로 표현한 그림들이 시원하다. ‘아이스 캡슐(Ice Capsule)’ 시리즈로 유명한 작가는 7번째 개인전에 신작 30여점을 내놓는다.
홍익대에서 디자인을 전공한 작가는 또래의 동료들보다 10년이나 늦게 붓을 잡았다. 2004년 대한민국미술대전 비구상 부문 대상을 수상하며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그는 지난 10여년 동안 하루에 거의 12시간씩 얼음 작업을 해왔다. 그의 작품은 얼음 속에서 식물이 자라는 모습을 사실적으로 그린 것으로 보이지만, 삶에 대한 인식과 감수성이 담겼다. 작가는 ‘아이스 캡슐’의 초기 작품 제목을 ‘삼태(三態, 기체-액체-고체)’라고 붙였다. 기체는 존재의 망각을 비유하고, 액체는 유기적인 사고를 상징하며, 고체는 고정된 기억을 말한다. 성질이 서로 다른 세 가지를 한 화면에 담아냄으로써 함께 어우러지는 세상을 표현했다고나 할까. 이번 전시에서는 도자기를 입체적으로 살린 작품이 눈길을 끈다.
얼음 속 식물을 주로 그린 이전 작품에 비해 이번 신작들은 한결 원숙해지고 다양해졌다. 화면 속 얼음은 냉동실에 갇혀 있는 사각 얼음과는 다르다. 살아 꿈틀거리는 얼음이다. 이를 뚫고 나온 푸른 잎사귀들과 딸기 송이들은 힘들고 지친 삶 가운데서도 꿋꿋이 희망의 싹을 틔우는 끈질긴 생명력을 보여주고 있다(02-725-2930).
국민일보 쿠키뉴스 이광형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