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글라데시 ‘아동 노동현장’을 가다 (상)] 하루 10시간 넘게 중노동… 공부는 사치였다
입력 2013-06-16 17:29 수정 2013-06-16 19:30
세계 최빈국 중 하나인 방글라데시의 아동노동자들은 어른에 비해 형편없는 임금을 받으며 노동현장에 방치돼 있다. 또 아동노동이 이뤄지는 현장은 아동이라고 해서 안전하거나 배려가 있는 곳이 아니다. 오히려 일이나 기술을 알려준다는 명목 아래, 어렵고 가혹한 노동을 시키는 경우가 많다. 최근 국제구호 NGO 굿네이버스(회장 이일하)와 함께 세계 아동노동 인구의 60%에 달하는 아시아 태평양 지역 국가 중 하나인 방글라데시 빈곤지역의 아동노동 현장을 찾았다.
방글라데시의 수도 다카 굴산2 지역의 뒷골목. 매캐한 매연과 자동차의 경적소리가 요란하게 들렸다. 고아 소년 아민(12)이 악취가 진동하는 쓰레기더미를 뒤지고 있었다. 팔아서 돈이 될 만한 것을 자루에 골라 담고, 음식물쓰레기들을 삽으로 퍼 수레에 담았다. 아이의 몸은 오물투성이였다. 비가 내렸지만 아민은 아랑곳하지 않고 맨발로 쓰레기더미 사이를 걸어다니며 일을 계속했다.
아민은 “릭샤(인력거)를 끌었던 아버지는 오래 전 사고로 돌아가셨고, 엄마는 2년 전 간암으로 돌아가셨어요. 형제도 없이 혼자 남겨진 저는 지금 쓰레기 수거업체 일꾼으로 일하고 있어요”라고 말했다.
아민의 노동환경은 너무나 열악했다. 오전 10시부터 벌레가 나오고 악취가 진동하는 쓰레기를 수거한다. 호텔에서 나오는 쓰레기를 줍기 위해서 새벽 1∼2시까지 일한다. 아민은 수거업체 사장의 집에서 10여명의 어린노동자들과 함께 살고 있다. 한 달 수입이 3000다카(4만3000원) 정도인데 사장에게 월세를 내면 남는 것은 1000다카(14500원)에 불과하다. 가끔 사장에게 속아 제대로 돈을 못 받을 때도 있다.
학교에 다니는 또래 아이들을 보면 속상할 것 같았다. 그러나 아민은 다른 사람을 부러워할 여유조차 없다고 말했다. “일하느라 다른 아이들이 부러울 틈도 없어요. 일이 더럽고 힘들지만 먹고 살아야 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어요. 저에겐 돌봐줄 가족이 없잖아요.”
아민은 엄마에 대한 그리움을 감추지 못했다. “잠자기 전에 엄마가 제일 생각나요. 사진은 한 장도 없지만 얼굴은 또렷이 기억하고 있죠. 가끔씩 잠들 때 꿈속에서 만나요. 그때마다 엄마에게 ‘나는 잘 있으니 걱정하지 마세요’라고 말해요.”
다카의 북서쪽에 위치한 밀뿔 지역에 살고 있는 리톤(11)은 선천적인 장애로 양쪽 발목이 안쪽으로 90도 이상 꺾여 있다. 발등으로 걸어서 양 발등엔 굳은살이 깊이 박혀 있다. 리톤은 친구들처럼 뛰어 놀고, 공도 차고 싶지만 걷는 것마저 힘들다. 또 가난한 집안에 장애를 가지고 태어났다는 미안함 때문에 공부하는 것은 꿈조차 꾸지 못하고 집과 쇼핑백 공장만을 오가며 살고 있다.
쇼핑백 공장에는 리톤 또래의 어린아이들이 하루 10∼12시간씩 시멘트 바닥에 앉아서 쇼핑백을 만들고 있었다. 리톤은 불편한 다리로 페달을 밟아 기계를 움직였다. 쇼핑백에 링을 박는 작업이 능숙해 보였지만 자칫 한눈을 팔면 손가락이 기계에 낄 수 있다. 리톤은 공장에 있는 친구들과 친하게 지내지만 녹록지 않은 삶으로 웃을 일이 많지 않다. 의류공장에서 일하는 엄마와 릭샤를 끄는 아빠는 가족의 생계를 위해 힘겹게 일하지만 가난에서 쉽게 벗어날 수가 없다. 리톤은 “폐결핵으로 기침을 하는 아버지의 모습을 볼 때마다 마음이 아프다”고 말했다.
부모 역시 자신들의 무능함으로 아이가 학교에 가지 못하고 적적할 치료를 받지 못하는 것을 안타까워했다. 리톤의 아버지 앤그르 마이아(42)는 “아들의 다리를 치료하려고 몇 번 병원에 갔지만 돈이 없어 포기했다”며 “수술시기를 놓치면 더 이상 걷지 못할 수도 있다”며 안타까워했다. 또 그는 “아이를 공장에 보내는 마음이 너무 아파요. 그러나 먹고 살기 위해 도저히 방법이 없어요. 우리가 굶더라도 아이는 학교에 보내고 싶지만 어쩔 수가 없어요. 우린 가진 것이 하나도 없답니다. 아이를 도와주세요”라고 말했다.
굿네이버스 방글라데시지부 김성 매니저는 “아동의 노동은 가난을 대물림하는 악순환의 고리를 만든다”고 지적했다. 그는 “노동하면서 학교를 빠지고, 결국 교육을 받지 못하면 성인이 되도 빈곤에서 벗어나지 못하지요. 그래서 그들의 자녀도 계속 노동을 해나가는 악순환이 이어 집니다”라고 말했다.
굿네이버스는 1996년 방글라데시 지부를 설립하고 현재 13개 사업장에서 극빈가정을 대상으로 가정개발사업, 장학사업, 일대일 결연 사업을 펼치고 있다(후원문의 1599-0300).
다카=국민일보 쿠키뉴스 이지현 기자 jeeh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