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집 앨범 ‘날마다 타인’ 낸 한희정 ‘홍대여신’ 꼬리표 떼고 음악인생 새도전

입력 2013-06-16 17:41


여성 싱어송라이터 한희정(34)이 정규 앨범 2집 ‘날마다 타인’으로 돌아왔다. 그를 ‘원조 홍대 여신’으로 알던 이에겐 반전이요, 아예 모르던 이들에겐 신선한 충격일 것이다. 지난 12일 서울 합정동의 한 카페에서 그를 만났다.

독특하다 못해 기발한 타이틀 곡 ‘흙’에 대한 이야기로 인터뷰를 시작했다. 노래는 “흙 흙 흙 흙 흙 흙”으로 시작해 “어? 흙! 뿅! 라라…따라 뚜-작고 파란 것들, 따라 뚜-자꾸 돋아났다”로 끝난다. 지난해 봄 선물 받은 화분을 키우면서 생명력에 감탄해 곡을 쓰기로 마음먹었고, 울 때 내는 ‘흑흑’ 소리가 문득 떠올라 곧바로 녹음했다.

“중의적인 단어를 뜻 없이 나열하고 나니 재미있는 비트가 생각이 났고, 이어 베이스 라인에 멜로디까지 떠올랐어요. 고민은 오래 했는데 가사까지 하루 만에 완성했지요.” ‘날마다 타인’을 두고 타이틀을 고민하다 완전히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자는 생각에 이 곡을 택했다.

수록곡 11곡 모두 한희정이 직접 만들었다. 기타와 키보드는 직접 쳤고 드럼과 베이스는 컴퓨터 프로그래밍을 이용했다. 첼로 소리가 인상적인 ‘나는 너를 본다’, 재독시인 허수경의 시에 ‘잠비나이’ 멤버 김보미의 해금이 어우러진 ‘바다가’, 이젠 여름이 끝났음을 알리는 듯한 연주곡 ‘어느 여름’까지 수록곡들은 낯설지만 매력적이다. “1집 때도 다 제가 만들었는데 앨범 크레디트에 넣지 않으니 모르시더라고요. 그래서 이번엔 넣었어요.”

자신의 얼굴과 닮은 가면을 들여다보고 있는 누군가가 그려진 흑백 재킷도 화제다. 화가 무나가 그렸다. 다소 섬뜩하다는 평가가 있다고 했더니 “아름답다는 분들도 많다”며 “보는 분들이 다 똑같이 느낄 순 없겠죠”라는 답이 돌아왔다.

이번 앨범 평가는 다양하지만, 적어도 한희정을 ‘홍대 여신’이란 틀에 가둬둘 수 없다는 걸 대중과 평단이 인정하는 출발점이 될 듯싶다. 그에게 ‘홍대 여신’이란 이미지는 대중과 가깝게 만들어주기도 했지만 거꾸로 평단으로부터 외면당하는 이유가 됐다. 2001년 ‘더더’, 2006년 ‘푸른새벽’으로 활동하던 때부터 응원하던 팬들은 실망하며 떠나가기도 했다.

그는 “어렸을 때는 오히려 이상향이 뚜렷했어요. 그런데 음악을 하면서 점점 더 그런 게 부질없음을 몸으로 느꼈어요. 지금은 내가 음악을 하면서 재밌고, 내 음악을 듣는 사람들이 재밌으면 된다고 생각해요.”

자신이 발레하는 모습을 직접 뮤직비디오로 찍은 것도 그런 연장선상에서다. 한희정은 ‘발레’하면 연상되는 우아한 몸짓과는 거리가 있는, 다소 우스꽝스러운 모습으로 어린 아이들과 함께 춤을 춘다. “사실 발레랑 노래는 별 상관이 없어요. 제가 요즘 재밌게 배우고 있어서 보여주고 싶었을 뿐이에요.”

인터뷰 전날 방송 녹화장에서 ‘흙’을 부르며 발레 동작을 선보여 관객들이 빵 터졌단다. “올 여름 다양한 페스티벌 무대에서 라이브를 들려드리고 싶어요. 팬들이 재밌으시대요.” ‘홍대 여신’ 타이틀을 떼어 버린 한희정의 새로운 음악 인생이 시작되고 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김나래 기자 nar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