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방우체국-캄보디아 김현태 선교사] (7·끝) 선교란, 선교사란 무엇인가?
입력 2013-06-16 17:20 수정 2013-06-16 19:41
“아빠는 예수님 사랑 전하러 왔는데 이웃을 미워하면…”
올해는 캄보디아에 두 가지 중요한 이슈가 있습니다. 하나는 개신교 선교 90주년 및 한인 선교 20주년 선교 포럼이고, 또 하나는 캄보디아의 총선거입니다.
캄보디아는 입헌군주제를 채택하고 있기 때문에 국회의원 선거를 통해서 총리를 선출합니다. 선거는 5년마다 치러지는데 올해는 7월 28일이 선거일로 정해졌습니다. 과거에는 선거가 방송이나 라디오의 영향력 아래에 있었다면 지금은 인터넷의 영향력이 확대됐습니다.
집권당의 실정이나 야당 지지자들과의 소통이나 정보의 흐름이 인터넷의 트위터나 페이스북 등 SNS(사회관계망서비스)를 통해 이루어지면서 젊은이들의 정치 참여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습니다. 정당한 선거가 이뤄지도록, 하나님의 공의와 사랑이 드러나는 선거가 되도록 기도할 때입니다. 특별히 젊은이들이 하나님의 뜻을 잘 분별하기 위해 기도해야 할 것 같습니다.
올해는 캄보디아에서 본격적인 한인 장기 선교사 사역이 시작된 지 20년이 되는 해입니다. 물론 그 전에도 몇몇 선교사들의 흔적이 있었지만 본격적인 장기 선교사의 첫 입국은 1993년으로 조사됐습니다. 그래서 지난달 28일부터 31일까지 한인 선교사의 선교사역을 돌아보는 포럼이 있었고, 한인 선교의 역사를 정리한 책도 발간됐습니다.
포럼은 한인 선교사역뿐만 아니라 그 전부터 이루어져 왔던 서양 선교사들의 사역을 같이 돌아보며 앞으로 어떻게 함께해 나갈 것인가 고민하고 토론하는 유익한 시간이었습니다. 선교 포럼에 참석해 여러 발제와 토론들을 들으며 스스로에게 두 가지 질문이 생겼습니다. 선교란 혹은 선교사란 무엇인가. 그리고 나는 스스로 돌아보기에 사역을 잘해 가고 있는가. 혹은 나는 좋은 선교사인가.
‘선교란 무엇인가 혹은 선교사란 무엇인가’라는 중요한 질문에 저의 지난 사역을 돌이켜 보면서 대답하자면 ‘선교(사)란 복음 증거를 중심으로 선교지의 현지인들 사이에서 살아가는 삶(사람)이다’라고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첫 번째로 강조하고 싶은 것은 선교사는 복음 전도를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제가 이곳 캄보디아에 온 이유는 예수님에 대해 전하기 위해서입니다. 선교사들이 바라보아야 할 궁극의 목표는 캄보디아 사람들이 하나님을 알아가고, 하나님을 섬기며, 예수님의 십자가 사건의 의미를 알도록 돕고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사람들이 예수 믿고 구원을 받기 바라는 마음으로 와 있는 것입니다.
두 번째 중요한 선교의 의미는 선교지의 현지인들 사이에 존재하는 것입니다. 근래에 ‘비거주 선교사(non-residential missionary)’라는 개념이 발달하고 있지만 온전히 캄보디아를 이해하고 섬기는 첫걸음은 현지에서 그들과 함께 사는 것입니다. 그래야 그들의 문화와 관습을 이해하고, 그들의 아픔에 동참하며 같이 기도하는 선교를 할 수 있습니다.
세 번째 중요한 의미는 바로 선교사가 사는 삶에 있습니다. 선교사는 선교지에서 하나님을 온 마음으로 사랑하며 살아야 합니다. 내 이웃을 내 몸과 같이 사랑하며 살아야 합니다. 저는 캄보디아에서 이들을 가르치고, 변화시키는 것이 최우선 과제인 줄 알았습니다. 그러나 하나님이 저에게 요구하신 것은 그저 캄보디아 땅에서 하나님을 섬기고 이웃을 사랑하며 살아가라는 것이었습니다. 제 삶을 바라보는 캄보디아 사람들이 있음을 깨닫게 해 주셨습니다.
‘선교를 잘하는 선교사란’ 혹은 ‘좋은 선교사란’ 질문에는 정답이 없습니다. 그래도 굳이 답을 해본다면 첫 번째 기준은 현지어를 잘하는 선교사라고 할 수 있습니다. 현지어 사용은 현장 사역에서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얼마 전 필리핀 CCC에서 온 단기 팀들과 사역을 하던 중에 식당에서 제가 식사를 주문한다고 캄보디아어로 이것저것 이야기하니 필리핀 간사가 깜짝 놀라며 캄보디아어를 할 줄 아느냐고 물었습니다. 저는 생뚱맞은 질문에 잘은 못하지만 한다고, 그리고 계속 공부한다고 답했습니다.
필리핀 선교사의 대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그는 필리핀에서 현지어를 못하는 선교사를 너무 많이 봤다는 것입니다. 10년 이상 있어도 영어만 하지 현지어를 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필리핀은 영어가 많이 쓰이는 나라지만, 분명 현지어가 있는데 하지 않는다는 것은 좀 놀라운 이야기였습니다. 저도 영어와 캄보디아어를 같이 사용하며 사역하지만 날이 갈수록 캄보디아어를 더 잘해야겠다는 생각을 갖게 됩니다. 언어를 배우는 것은 그 나라의 문화와 생활까지 배우는 것입니다. 특별히 간절한 기도일수록 현지어로 해야 현지인들과 마음을 합해 기도할 수 있습니다. 이 기준으로 보면 저는 C학점 정도의 선교사인 것 같습니다.
두 번째 기준은 자신이 가르치는 것과 동일한 삶을 사느냐 입니다. 하나님의 사랑을 가르치면서도 현지인을 사랑하지 않고, 하나님의 공의를 가르치면서도 현지인을 공의롭게 대하지 못하고, 기도하라고 가르치면서 기도하지 않는, 하나님을 의지하라 하면서도 정작 자신은 후원 교회나 후원자를 의지하는 선교사를 어떻게 좋은 선교사라 하겠습니까.
얼마 전 옆집에 사는 캄보디아인과 다툼이 있었습니다. 캄보디아에서는 공중도덕에 대한 인식이 상당히 약합니다. 옆집 이웃도 공공도로의 일부를, 자기 집 앞이라는 이유로 마치 자기 개인공간인 것처럼 사용했습니다. 불편해서 “이곳은 공공도로니까 다른 사람이 다니는데 불편하지 않도록 해줬으면 좋겠다”고 이야기했습니다. 그러자 그 이웃이 “내 집 앞 도로를 내 마음대로 사용한다는데, 캄보디아에서 캄보디아 방식으로 사는데 왜 참견하느냐”라는 식으로 나와 결국은 언성을 높이고 말았습니다. 집에 와서도 화를 삭이지 못하고 있는데 아이들이 이웃을 미워하지 말라 하더군요. 아이들은 제게 “아빠는 예수님의 사랑을 전하러 온 사람인데, 미워하면 안 된다”고 했습니다. 역시 이 기준에도 저는 C학점의 선교사인 것 같습니다.
세 번째 기준은 스스로의 영성 관리를 잘하느냐 입니다. 선교지는 누구 하나 영적인 삶을 간섭하는 사람이 없습니다. 영적 재충전을 받을 수 있는 기회도 한국에 비해 적어 영적으로 나태해지기 쉽습니다. 이런 곳에서 스스로의 영적인 삶을 돌아보고, 늘 우는 사자처럼 달려드는 사탄의 시험을 이겨내려면 개인적인 영성 관리의 노하우를 가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주변의 좋은 동료 선교사들과 교제하는 것은 매우 훌륭한 영성 관리의 방법입니다. 저는 주변의 몇몇 분들과 함께 신앙이나 신학 서적을 같이 읽고 토론하며 독서한 내용에 비추어 선교지의 상황들을 돌아보면서 영적인 도전을 받고 있습니다. 이 부분은 B학점을 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렇듯 캄보디아 사람들과 함께 선교사로 살아가는 제 모습이 그다지 우수하지 못한데도 하나님은 여전히 이곳에서 선교사의 이름으로 살기를 도전하시는 이유가 무엇일까요.
하나님은 이 모든 것은 저의 손안에 있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의 손안에 있음을, 하나님이 주도적으로 선교를 이끌어 가고 계심을 알게 하셨습니다. 하나님이 캄보디아에서 하시는 그 위대한 일들에 동참하는 영광을 누리고 있다는 것을 깨닫게 해 주셨습니다.
캄보디아 민족의 가슴마다 피 묻은 그리스도를 심어 캄보디아 땅에 푸르고 푸른 그리스도의 날이 오게 하실 하나님을 찬양합니다.
김현태 (CCC 의대 담당 간사·헤브론 선교 병원 외과 진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