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 사랑하며-윤필교] 반려동물 이야기
입력 2013-06-16 18:58
‘강아지가 학교폭력 문제를 푸는 데 어떤 도움을 줄 수 있을까?’ 부산의 한 여중학교에서 지난해 10월, 문제학생 8명에게 새끼 강아지를 한 마리씩 분양해 책임지고 키우게 했더니 놀라운 변화가 일어났다는 소식을 들었다. 학생들에게 폭력을 휘두르거나 금품을 빼앗는가 하면, 가출을 일삼고 학교에도 잘 나오지 않았던 아이들이 이제 수업도 잘 듣고 더 이상 가출도 하지 않는다고 한다. 문제아로 낙인 찍혀 남모르는 상처를 안고 있던 학생들은 자신을 믿고 따르는 강아지를 키우며 사랑도 배우고 꿈도 가지게 됐다는 것이다.
처벌보다는 선도하는 데 중점을 두는 요즘, 이 학교의 선택은 파격적이었다. 가해자인 문제학생들도 내면적으로는 또 하나의 피해자라고 여기며 ‘동물과의 교감을 통해서 사람이 변할 수 있다’는 생각으로 새로운 시도를 한 것이다. 폭력이 또 다른 폭력을 낳는 세상에 ‘강아지 키우기’란 색다른 처방이 좋은 결과를 가져왔다는 소식을 듣고 마음이 훈훈해졌다. 이로 인해 사람들의 정신건강에 도움을 주는 반려동물의 존재감이 더 크게 다가왔다.
우리 집에도 반려동물 짱구(강아지)와 미미(고양이)가 있다. 몇 해 전 친척집에서 더 이상 키울 수 없는 환경이 되었다며 맡아 달라고 해서 함께 살게 되었다. 개와 고양이는 상극이라 서로 으르렁거리다가도 때로는 환상적인 파트너십을 보일 때도 있다. 어느 날 요리하다가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에 오징어 몸통만 남아 있고, 다리가 없어졌다. 한참 찾다 보니 미미가 싱크대 위에 있는 오징어 다리를 물고 내려가 책상 밑에서 짱구와 나눠 먹고 있는 게 아닌가. 못 말리는 녀석들이다. 짱구와 미미가 가장 기특해 보일 때는 작은 방석 위에 사이좋게 나란히 앉아 있을 때다. 나는 이럴 때 함께하기 어려운 상대와 더불어 살아가는 공존의 지혜를 배운다.
날이 갈수록 반려동물 가구 수가 급증하고 있다. 핵가족화, 1인 가족과 노령층이 증가하면서 외로움과 소외감, 심리적 안정, 스트레스 해소가 필요함에 따라 앞으로 반려동물을 키우는 가정이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반려동물등록제가 올해 1월부터 시행되었는데, 7월부터는 등록하지 않은 것이 적발되면 과태료를 물게 된다고 한다. .애완동물을 넘어서 인간과 더불어 살아가는 동물의 동반자적 가치를 인정하는 ‘반려동물’ 가족이 늘어난다면 인간의 편의에 따라 쉽게 버려지는 유기견도 좀 줄어들지 않을까 기대해 본다.
윤필교 (기록문화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