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을 넘어 미래한국으로 (3부)] 환경은행 ‘움벨트 방크’는
입력 2013-06-16 18:41
2008년부터 독일 베를린 동북지역에 위치한 판코우(Pankow) 공장지대에서는 특별한 실험이 진행되고 있다. 47개의 오래된 주택을 정원과 공원, 수영장 등을 갖춘 친환경 마을로 바꾸는 프로젝트다. 오래된 건물들은 태양열 발전소로부터 전기를 공급받는다. 저공해 페인트가 덧칠됐고 3중창문 등 높은 에너지 효율을 가진 소품들이 주택 정비에 사용됐다.
마을 인근 ‘하얀 호수(Weißen See)’ 주변에는 대형 공원이 만들어졌다. 약 5600㎡의 마을 내 건물은 대부분 무료 주차가 가능하며 마을 내외를 오가는 대중교통망도 거미줄처럼 설치됐다. 이 마을은 독일 환경은행(UmweltBank)이 지원한 대표적인 프로젝트다. 낡은 마을을 친환경 마을로 변모시키는 이 프로젝트를 위해 2008년부터 자금 조달을 도맡고 있다.
환경은행은 광범위한 사업을 벌이는 GLS은행과 달리 이름 그대로 친환경 프로젝트에만 투자하기 위해 탄생한 은행이다. 1977년 소액주주 3302명이 2000만 유로(약 300억원)를 투자해 독일 뉘른베르크에 설립했다. 2001년 기업공개를 통해 상장해 자본금을 확충, 지난해 말 기준 자본금은 출범 당시에 비해 5배 이상 증가한 1억 유로(악 1506억원)를 확보했다.
환경은행은 투자대상 결정 시 경제성뿐 아니라 생태 친화적 사업 여부가 중요한 평가 기준으로 작용한다. 이들은 각 프로젝트마다 생태친화 등급을 매겨 지원 여부를 심사한다.
환경은행의 대출 프로젝트는 2008년 1만1106개에서 2012년 1만5594개로 증가했다. 대출 규모도 같은 기간 10억1200만 유로에서 19억1700만 유로로 급증했다. 투자 대상은 지난해 기준 태양광 사업이 45.9%, 풍력 발전이 17.0%, 환경친화적 건축이 15.4%, 바이오가스 사업이 5.9% 등을 차지하고 있다.
이 작은 은행에 대한 독일 사회의 신뢰는 대단하다. 환경은행의 주가는 36.9유로로 최근 5년간 무려 159.3%나 올랐다. 자산총액(신탁자산 제외)도 지난해 기준 23억3000만 유로로 전년(19억9000만 유로)에 비해 17.0%나 증가했다. 지난해 수익은 이자수익 3억7800만 유로를 포함, 4억1400만 유로를 기록했다. 이에 따라 순익은 2억1300만 유로로 전년 대비 4.1% 증가했다.
환경은행이 이처럼 높은 순익을 낼 수 있는 것은 돈이 많이 드는 지점 영업을 포기했기 때문이다. 이들은 지점을 없애는 대신 인터넷과 이메일, 전화, 팩스, 우편 등을 통해 예금 및 대출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직원 수는 142명에 불과하지만 고객 수는 지난해말 기준 11만1385명으로 직원 1인당 약 784명의 고객을 상대하고 있다.
환경은행 관계자는 지난 3월 26일 “우리 고객들은 그동안 우리의 비즈니스 모델로 많은 보상을 받았다”며 “많은 사람들은 환경은행이 환경 프로젝트만을 지원하고 장려한다는 것에 매력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보쿰=국민일보 쿠키뉴스 강준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