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을 넘어 미래한국으로 (3부)] 獨 대안은행, 사회적기업의 ‘젖줄’
입력 2013-06-16 18:09
지난 3월 13일 독일 베를린에서는 이색적인 ‘베를린 선언’이 있었다. 이기적이고 앞만 보며 내달렸던 금융 시스템에 대한 반성의 선언이었다.
생소한 선언을 한 단체는 ‘가치를 추구하는 국제 은행연합(GABV)’이다. 이 단체는 6개 대륙의 25개 은행이 소속돼 있다. 이들은 선언문에서 ‘은행은 모든 비즈니스 모델에서 100% 투명성을 보장하고, 사회적·생태학적 영향을 고려해야 하며, 정부·당국은 은행의 다양성을 존중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방글라데시 BRAC은행의 마바부 라만 회장은 “우리는 직업, 교육, 주거, 환경 문제 등 인간에게 정말 필요한 것들에 집중하기 위해 만들어진 은행”이라며 “주류 은행들보다 더욱 성장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선언이 독일 베를린에서 이뤄진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독일 GLS은행이 GABV의 핵심 일원으로 활약하는 것은 물론 독일 전역에는 이와 같은 ‘대안 은행’들이 수 없이 많다. 이들은 대기업 여신에만 목을 매는 국내외 주류 은행들과 달리 금융권에서 투자를 받기 어려운 사회적기업에 집중적으로 투자한다. 이들이 고용, 교육 문제 등을 주요 투자 대상으로 내세우는 것은 이런 배경이 있기 때문이다.
독일은 대안은행과 벤처캐피털 등 다양한 기관들이 사회적기업의 ‘젖줄’로 활약한다. 금융기관이 사회적 기업에 자금을 공급하고, 사회적기업은 시장에서 실패한 이들에게 재기의 기회를 제공하며, 정부는 정책의 빈틈을 채워주는 이들을 지원하는 선순환 시스템이다.
그렇다고 이들을 정부 지원금으로 연명하는 시민단체 수준으로 평가하면 안 된다. 대표적 대안은행인 GLS은행의 경우 2009년말 13억500만 유로(약 2조원)였던 총 자산이 2011년 말 22억6000만 유로(약 3조3000억원)로 급증했다. 고객수, 여·수신액, 자기자본이익률(ROE) 등 모든 수익 지표가 상승일로를 달리고 있다. 단순히 기부금이나 지원금에 의존하는 것이 아니라 ‘공익’도 돈이 된다는 걸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그 바탕에는 꼼꼼한 리스크 관리와 성장가능성이 큰 사회적기업을 발굴하는 안목이 있다. 한국은행 프랑크푸르트 사무소 김인구 차장은 “대기업이 국가 경제를 주도하는 우리와 달리 독일은 지방의 은행과 중소기업들이 수세기에 걸쳐 협력하며 경제를 이끌어왔다”며 “사회적기업 등 제3섹터를 지원하는 은행의 노하우 역시 우리가 배워야 할 점”이라고 말했다.
베를린=국민일보 쿠키뉴스 강준구 기자 eye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