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전 쓴 ‘98-17’… “손에 잡힌다”

입력 2013-06-14 19:01 수정 2013-06-14 23:12

“차범근(60) 선배님과 비교되는 것 자체가 큰 영광입니다.”

독일 분데스리가 함부르크 SV에서 명문 구단 바이어 04 레버쿠젠(이하 레버쿠젠)으로 이적한 ‘손세이셔널’ 손흥민(21)은 들뜬 표정이었다. 2014년 브라질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마지막 경기인 이란전(18일·울산 문수경기장) 출격 명령을 기다라고 있는 손흥민은 14일 파주 NFC(국가대표 트레이닝센터)에서 훈련에 앞서 인터뷰를 했다.

손흥민은 제2의 ‘차붐’을 일으킬 욕심이 나지 않느냐는 질문에 겸손함을 보였다. “제가 차범근 선배님과 비교되는 건 말도 안 되지만 내 이름이 언론에 오르내릴 때마다 차범근 선배님이 언급되는 건 큰 영광입니다. 기대를 받는 만큼 열심히 하겠습니다.” 이어 레버쿠젠을 택한 이유에 대해선 이렇게 말했다. “내 나이엔 경기장에 많이 나가는 게 중요하기 때문에 출장 기회가 많을 것 같은 레버쿠젠행을 선택했습니다. 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도 잘 준비하겠습니다”고 각오를 다졌다.

레버쿠젠은 지난 13일(한국시간)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한국 국가대표인 손흥민과 계약했다”고 발표했다. 레버쿠젠은 계약기간이 2018년 6월 30일까지 5년이라고 전했다. 독일 일간지 빌트 등 현지 언론이 추산한 손흥민의 이적료는 역대 한국 선수 사상 최고액인 1000만 유로(약 151억원)이고 연봉은 유로(약 45억원)다.

레버쿠젠맨이 된 손흥민은 이제 차범근의 아성에 도전한다. 차범근은 독일 분데스리가의 ‘전설’이다. 동시에 레버쿠젠의 ‘전설’이기도 하다. 1979년 분데스리가에 진출한 차범근은 아인라흐트 프랑크푸르트를 거쳐 1983년 레버쿠젠에 입단했다. 차범근은 이후 6년간 레버쿠젠의 간판 공격수로 활약하며 185경기에서 52골을 터뜨렸다. 유럽축구 리그에서 가장 큰 활약을 한 한국인 공격수 차범근은 분데스리가에서 11시즌 동안 총 98골을 기록했다. 특히 85~86시즌엔 34경기에 출전해 한국 선수 한 시즌 리그 최다 골인 17골을 기록했다.

그렇다면 과연 ‘손세이셔널’은 ‘차붐’을 넘어설 수 있을까? 손흥민이 가파른 상승세를 타고 있기 때문에 가능성은 높은 편이다. 고등학교 시절 함부르크 유소년 팀에 입단하며 분데스리가 무대에 진출한 손흥민은 2010~2011 시즌 3골을 넣었으며 다음 시즌엔 5골을 기록했다. 그리고 최근 막을 내린 2012~2013 시즌엔 12골을 기록하며 두 자릿수 득점을 돌파했다. 한국 나이로 차범근은 26세에 분데스리가에 데뷔했다. 이에 반해 손흥민은 22세에 불과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벌써 20골을 기록 중이다.

전날 이란의 네쿠남을 언급하며 “피눈물을 흘리게 하겠다”고 선전포고를 한 손흥민은 다시 각오를 다졌다. “이제 긴말이 필요 없어요. 조용히 경기장에서 보여 주겠습니다. 이란은 우리가 충분히 이길 수 있는 상대입니다.” 그리고는 한마디 덧붙였다. “3~4골 차로 이길 겁니다.”

파주=국민일보 쿠키뉴스 김태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