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사랑에 악명코스도 ‘빙그레’

입력 2013-06-14 19:01 수정 2013-06-15 00:50
미국의 왼손잡이 프로 골퍼 필 미켈슨(42)의 가족사랑은 남다르다. 1996년 미국프로농구(NBA) 피닉스 선스 치어리더 출신의 에이미(40)와 4년 열애 끝에 결혼한 미켈슨은 두 딸과 아들을 둔 가장이다. 2009년 아내 에이미가 유방암 선고를 받자 투어 생활을 중단하고 간호에 매달렸다. 그에게 가족사랑은 돈, 명예와 바꿀 수 없는 것이다.

1999년 US오픈에서는 에이미가 출산을 앞두고 있자 무선 호출기를 착용하고 경기에 나서면서 “아기가 나올 것 같다고 하면 곧바로 대회를 포기하고 귀가할 것”이라고 했다. 당시 미켈슨은 준우승을 차지했고, 큰딸 아만다는 대회가 끝난 다음날 태어났다.

‘딸 바보’인 미켈슨은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아드모어 메리언 골프장(파70·6996야드)에서 시즌 두 번째 메이저대회인 US오픈 연습라운드를 하다가 갑자기 “아만다가 초등학교 졸업식에서 연설을 하는데 꼭 참석해야 한다”며 자신의 집이 있는 캘리포니아 샌디에이고로 날아갔다. 아만다의 졸업식에 참석한 미켈슨은 밤새 3800㎞를 날아 새벽에 대회장에 도착했다.

미켈슨은 “이렇게 늦게 경기장에 도착한 것이 정상은 아니다”며 “대회 개막 전에 충분한 연습을 했고 이제 필요한 것은 실전에서 경기 감각을 가다듬는 것”이라고 말했다. 13일 3시간도 못 자고 아침 일찍 티오프한 미켈슨은 번개를 동반한 악천후 속에서 진행된 1라운드에서 버디 4개에 보기 1개를 묶어 3언더파 67타를 쳐 한국시간으로 14일 밤 11시 30분 현재 단독 선두를 달렸다.

마스터스에서 세 차례 우승했지만 US오픈에서는 다섯 차례나 준우승에 머물렀을 뿐 우승과 인연을 맺지 못한 미켈슨. 가족을 향한 애틋한 마음이 첫 US오픈 타이틀로 이어질지 관심을 모으고 있다.

한편, 악천후로 두 차례나 중단된 1라운드에서 ‘골프황제’ 타이거 우즈(38·미국)는 경기 도중 왼쪽 손목을 다쳤다. 2008년 이 대회에서 메이저 14승째를 거둔 뒤 5년이 넘도록 메이저 우승을 못 하고 있는 우즈는 긴장한 탓인지 이날 1번 홀(파4) 러프에서 두 번째 샷을 하다가 왼쪽 손목에 충격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1라운드에서 3오버파 73타로 부진한 우즈는 남은 경기 출전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경주는 70타 이븐파를 기록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김태현 기자 tae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