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중지란·수사기록 유출… 상처만 남긴 檢수사
입력 2013-06-14 18:35 수정 2013-06-14 22:54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팀을 총괄한 이진한 2차장검사는 14일 “공정하고 성역 없이 철저하게 실체를 규명하겠다는 자세로 수사에 임했다”며 58일간의 소회를 밝혔다. 그러나 검찰은 막판 수사보고서 유출, 결론 도출 과정의 잡음, 수사결과 금요일 발표 등 정치적 논란과 불신을 자초해 씁쓸한 뒷맛을 남겼다.
채동욱 검찰총장은 평소보다 30분 일찍 출근해 길태기 대검 차장, 송찬엽 공안부장 등과 긴급회의를 열었다. 국정원 수사 보고서가 발표 전 언론에 유출됐기 때문이었다. 회의 중 격노한 채 총장은 대검 감찰본부장을 불러 유출 경위 파악과 유출자 색출을 위한 특별감찰을 지시했다.
채 총장은 회의가 끝난 뒤 “국민적 관심이 집중된 중차대한 사건의 수사결과 발표가 임박한 시점에 일부 수사 참고자료가 유출되는 심각한 사태가 발생했다”며 “매우 개탄스럽고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유출 사건을 놓고 “원세훈 전 국정원장 불구속 기소 비판여론을 의식한 물 타기 대응 아니냐”는 의혹까지 제기됐다.
여론의 주목도가 낮은 주말을 앞두고 수사결과를 발표한 데 대해서도 “검찰이 절차적 정당성을 스스로 포기했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이 차장은 13일 오전 기자간담회에서 ‘14일 수사결과 발표’를 통보했다. 그는 “본래 13일 발표할 예정이었지만 수사보고서 보완작업이 필요했다”며 “(금요일 발표를) 의도한 것은 아니다”라고 했다. 또 “이미 결론을 얘기해 놓고 너무 길어지면 의혹이 증폭되고 계속 보도가 나온다”며 “그런 것을 차단하려는 목적도 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검찰은 국정원 수사를 진행하는 동안 수차례 “금요일 발표는 하지 않겠다”고 했던 약속을 스스로 뒤집었다.
검찰은 이명박 전 대통령 내곡동 사저 사건, 한상률 전 국세청장 관련 의혹 사건 등 정치적으로 민감한 수사에서 여러 차례 ‘금요일 발표’로 비난받은 전력이 있다.
이번 수사는 검찰의 변화를 가늠하는 시금석으로 여겨졌다. 채 총장은 특별수사팀을 발족하면서 “검찰의 모든 역량을 동원해 공정하게 수사하겠다”고 했다. 수사팀도 의욕적으로 신속한 수사에 나섰다. 그러나 원 전 원장 사법처리 방침 결정이 2주 이상 지연되면서 법무부와 검찰, 검찰 내부의 갈등이 표면화됐다.
황교안 법무부 장관이 편법으로 수사지휘권을 행사하고 있다는 주장까지 제기되기도 했다. 법무부와 검찰은 “통상적인 의견 교환”이라고 일축했지만 검찰 안팎에선 청와대 등 정치권 외압설이 나왔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전웅빈 기자 im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