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부가 2년 넘게 이어진 시리아 내전 기간에 처음 시리아 반군에 살상무기를 제공키로 승인했다. 미국의 대(對)시리아 정책이 중대 변곡점을 맞았다. 시리아 정부군이 화학무기를 사용하면 금지선(red lind)을 넘는 것이라고 수차례 경고한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결론을 내린 것이다.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부보좌관인 벤 로즈는 13일(현지시간) “오바마 대통령은 그동안 시리아 정부군의 명백한 화학무기 사용 또는 테러단체로의 화학무기 이전을 금지선으로 설정해 왔고 시리아의 화학무기 사용은 자신(오바마)의 ‘계산(calculus)’을 바꾸게 될 것이라고 말해 왔다”며 오바마 대통령이 새로운 결심을 했음을 시사했다. 미국 정부는 시리아 정부군의 화학무기 사용으로 100~150명이 사망한 것으로 추산했다.
미국 정부는 시리아 반군의 군사조직인 최고군사위원회(SMC) 등에 대한 직접적인 무기 지원을 포함해 반군에 대한 지원을 더욱 강화할 계획이다. 군사 지원이 어디까지 확대될지 구체적으로 알려지진 않았으나 현재 반군에 비살상 무기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우선 경무기와 탄약을 지원할 것으로 예상된다.
시리아인 9만여명이 사망할 때까지 반군 지원에 소극적이던 오바마 대통령이 결심을 바꾼 데는 레바논 무장정파 헤즈볼라의 개입으로 반군이 열세에 놓인 상황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최근 시리아 반군은 전략적 요충지이자 레바논과 시리아 국경지대인 쿠사이르 지역을 정부군에게 완전히 빼앗겼다.
여세를 몰아 반군이 장악한 시리아 제2도시 알레포마저 정부군의 위협을 받고 있다고 로이터통신은 전했다. 이란과 헤즈볼라의 전격 개입으로 인해 시리아 사태가 중동 전역에 종파 분쟁으로 확대되는 데다 프랑스와 영국이 정부군의 화학무기 사용을 확인하며 국제적 압박도 받았다.
개입을 주장하는 미국 내 강경파들의 압력도 작용했다. 전날에는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이 존 매케인 공화당 상원의원이 운영하는 ‘국제적 리더십을 위한 매케인 연구소’ 행사에 참석해 오바마 대통령이 반대 여론을 의식해 군사 개입을 차일피일 미루는 것을 강하게 성토하기도 했다.
일부 언론은 오바마 대통령이 살상무기 지원과 함께 ‘비행금지 구역(no-fly zone)’도 설정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날 ‘소식통’을 인용해 요르단 내 반군을 훈련하고 피란민을 보호하기 위해 미국과 동맹국들이 시리아 상공에 제한적인 비행금지구역을 설정할 것이라고 전했다. 그러나 로즈 국가안보회의 부보좌관은 비행금지 구역 설정 등에 대해 아직 결정하지 않았다고 선을 그었다.
미국의 시리아 반군 지원 소식이 알려지자 바샤르 알 아사드 시리아 정권과 우방 러시아는 이를 강력 반발하며 화학무기 사용을 부인했다.
워싱턴=국민일보 쿠키뉴스 배병우 특파원 bwbae@kmib.co.kr
美 “반군에 살상무기 지원”… 시리아 개입 확대
입력 2013-06-14 18:06 수정 2013-06-15 00:4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