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당국회담 무산으로 꼬인 對北문제 해법찾기
입력 2013-06-14 17:41 수정 2013-06-14 23:03
오는 27일 중국 방문을 앞둔 박근혜 대통령이 14일 이틀간의 ‘무(無)일정’ 행보를 깨고 청와대에서 방한 중인 탕자쉬안(唐家璇·75) 전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부총리급)을 면담했다. 남북당국회담 무산으로 다시 꼬여버린 대북 해법을 한·중 정상회담을 통해 찾기 위한 사전정지작업으로 풀이된다.
박 대통령은 탕 전 국무위원이 “박 대통령의 국빈방문이 순조롭고 성공적으로 이뤄지도록 성의를 다해 준비하고 있다”는 시진핑(習近平) 주석과 리커창(李克强) 총리의 인사를 전하자, “최근 시 주석이 중·미 정상회담에서 북한 비핵화에 대한 단호한 입장을 함께 표시한 데 높이 평가한다”고 화답했다. 이에 탕 전 국무위원은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와 안정을 지속하기 위해 (중·미가) 일치된 인식을 확인했다”며 “중국은 대화를 통한 문제 해결 입장과 함께 북한의 핵 보유 정책이나 핵실험이 중·북 관계 발전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점, 핵보유국 지위를 인정하지 않을 것이란 입장을 북측에 전달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특히 “한·중 정상회담은 최근 중·러, 중·미 정상회담과 함께 중국에 가장 중요한 3대 정상회담 중 하나”라면서 우리나라의 달라진 위상을 언급하기도 했다. 북·중 정상회담보다는 우선시한 셈이다.
박 대통령은 “중국의 스탠스는 한반도 신뢰프로세스와 상응하는 점이 많다”면서 “(한국 정부는) 북한 도발에 대해선 단호히 대응하지만 대화의 문을 열어놓고 북한이 국제사회의 책임 있는 일원으로 변화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남북당국회담 무산과 관련해선 “대화가 무산돼 안타깝다”는 말로 처음 심경을 표현했다. 그러면서도 “형식이 상대방에 대한 존중의 태도를 보이는 것인 만큼 내용을 지배할 수도 있다”고 다시 한번 소신을 피력했다. 또 “남북이 진정성 있는 대화를 이뤄나갈 수 있도록 중국이 북한을 설득해 달라”고 당부하기도 했다.
외교가에선 탕 전 국무위원 방한이 “한·중 정상회담 준비를 위해 사실상 청와대가 초청한 것”이란 말이 나온다. 그가 20년 이상 한반도 문제를 전담해온 ‘한국통’이기 때문이다.
박 대통령은 취임 이전에도 다섯 차례나 탕 전 국무위원을 만났을 정도로 인연이 깊다. 이를 반영하듯 면담은 예정된 30분을 훌쩍 넘겨 1시간 넘게 이어졌다. 박 대통령은 2005년 감기에 걸린 채 방중 했을 때를 떠올리며 “콜라와 뜨거운 물을 섞은 감기특효약을 소개해줘 중국에서도 먹고, 한국에도 널리 알려져 다른 사람들이 실험해보고 한 기억이 난다”고 했고 탕 전 국무위원은 “양약과 한의약을 결합하는 특효라 할 수 있다”고 답해 한바탕 웃음이 터졌다.
이어 탕 전 국무위원은 류길재 통일부 장관을 만나는 자리에서 “한국 정부가 신념과 자신감을 갖고 한반도 신뢰프로세스를 추진해 나가야 한다”며 “중국 정부가 한반도 신뢰프로세스에 대해 매우 적극적으로 평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신창호 기자 proco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