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타임오프 확대는 제도 취지 역행 아닌가
입력 2013-06-14 19:01
근로시간면제심의위원회가 타임오프(근로시간 면제제도) 한도 구간을 조정해 다음달부터 노조원 50명 미만 사업장도 노조 전임자 1명을 둘 수 있도록 한 것은 현실을 무시한 결정이라는 판단이다. 중소기업의 경우 대기업보다 임금이나 복지 수준이 열악하고 부당해고 사례도 잦아 근로자들의 근무여건을 개선하려는 노조 활동이 더 절실한 것은 이론상으론 맞는 말이다.
문제는 인건비 부담을 어떻게 감당할 것인가 하는 점이다. 대규모 사업장에 비해 노조 결속력이 약하고 한 명의 일손이 아쉬운 영세 사업장의 경우 현실적으로 노조 전임자를 두기가 쉽지 않다. 가령 10명의 노조원이 있는 중소기업의 경우 1명을 노조 전임자로 두고 사용자가 임금을 지불해야 한다면 사용자는 근로자 채용 자체를 꺼릴 수 있다. 노사가 힘을 모아 생산성 향상에 매진해도 부족한 영세 중소기업에서 사용자로부터 임금을 지급받는 노조 전임자를 두도록 하면 불필요한 노사갈등을 일으킬 소지도 있다.
근로시간면제심의위는 또 사업장이 전국 각지에 분포돼 있고 전체 조합원 1000명 이상인 노조에 대해 기존 타임오프 한도에 가중치를 부여해 전임자 수를 늘릴 수 있도록 했다. 2010년 7월 타임오프제 시행 이후 기아차가 유급 노조 전임자 수를 10분의 1로 줄이는 등 노사 진통을 겪은 끝에 제도가 정착됐는데 오히려 기업의 인건비 부담을 늘려 경쟁력을 떨어뜨리지 않을까 우려스럽다.
타임오프제는 노조가 전임자 임금을 부담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되 노조의 부담을 최소화하기 위한 중간 단계의 운용체계다. 이를 확대한 것은 제도 취지에 역행하는 처사나 다름없다. 선진국들은 훨씬 엄격한 기준으로 사용자가 임금을 지급하는 노조 활동을 제한하고 있다. 사용자와의 교섭·협의 등 일정 노조 활동에 필요한 시간에 대해서만 유급으로 인정하고 노조 전임자 수도 엄격히 제한한다. 노조가 기업 발목을 잡던 시대는 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