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원세훈 개인비리 철저 수사해야 하는 까닭

입력 2013-06-14 19:03

국가정보원의 대선 개입 수사가 법무부 장관과 청와대 민정수석의 간섭 의혹으로 깔끔하게 처리되지 못해 정치권이 시끄럽다. 이들의 사퇴를 주장하는 민주당의 공세가 정치성을 띠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검찰과 법무부도 원세훈 전 국정원장 처리를 두고 다른 목소리를 내 국민적 불신을 자초했다. 원 전 원장의 개인비리를 더욱 철저하게 수사해야 까닭이 바로 여기에 있다.

과거 정부 정보기관의 수장들이 북풍이나 도·감청 의혹 등으로 사법 처리되기는 했지만 뇌물수수나 횡령 등 개인비리로 단죄되지는 않았다. 비록 법에 어긋난 행동을 했지만 사리사욕에 의한 것이 아니란 점에서 동정 여론도 없지 않았다. 그렇지만 원 전 원장은 건설업체 사장과 수차례 골프 모임을 가진 것은 물론 수천만원대 금품을 받은 의혹을 받고 있다.

원 전 원장의 스폰서 격인 이 건설업자는 이미 분식회계를 통해 금융업체에서 거액을 대출받은 혐의로 구속됐다. 이 업체는 2008년에는 매출액이 미미했지만 원씨가 국정원장에 취임한 2009년 이후부터는 200억∼380억원대로 급성장을 거듭했다. 수사 중이라 결과는 두고 봐야 하겠지만 이 업체 사장이 원씨가 부르면 만사 제쳐두고 나올 만큼 긴밀한 사이라니 의혹이 더욱 짙어지고 있는 것이다.

정보기관의 최고 수장이 건설업자와 부적절한 관계를 맺었다는 의혹 자체로 이미 명예는 땅에 떨어졌다. 더구나 원 전 원장은 2007년 당시 이명박 대통령 예비후보의 상근 특보로 있을 때에는 대형마트 사장에게 활동비를 요구했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야당 의원의 국회 본회의 질문 과정에서 공개된 내용이라 의혹 제기 수준이긴 하지만 의심받을 처신을 한 것은 분명해 보인다.

문제는 의혹 덩어리인 원 전 원장을 수사 중인 검찰이 과연 진실을 제대로 밝혀낼지 미덥지 못하다는 점이다. 그렇지만 선거법 위반 혐의와는 성격이 다른 부패 사건인 만큼 검찰이 전력을 다해 수사할 것이라 믿는다. 또 이번 수사를 깔끔하게 마무리하는 것만이 법무부 장관의 사퇴 목소리를 잠재울 수 있는 검찰의 묘수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