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언스 토크] 나사로 프로젝트
입력 2013-06-14 17:59
성서 속에 나오는 가장 드라마틱한 예수의 기적은 무덤에 묻힌 지 나흘이나 지난 나사로를 단 한마디 말로써 되살려낸 일이다(요 11). 이 얘기는 그 후 미술이나 문학 등의 예술 작품에서 인기 소재로 활용되곤 했다.
호주 뉴사우스웨일스 대학의 마이크 아처 교수팀은 최근 ‘나사로 프로젝트’에 성공했다고 발표했다. 성서 속의 나사로처럼 이미 멸종해서 없어진 개체를 부활시키는 프로젝트이다. 기적 대신 체세포 핵이식 복제라는 과학적 방법에 의해 부활되는 이 프로젝트의 주인공은 다름 아닌 ‘위부화 개구리’다.
특이한 이름답게 이 개구리는 매우 특별한 방법으로 새끼를 낳는다. 암컷이 수정된 자신의 알을 삼킨 다음 위장에서 올챙이로 부화시켜 키운 후 입을 통해 새끼 개구리를 출산하는 것. 간혹 알에서 깬 새끼를 입 속에서 보관하는 물고기가 보고되긴 했지만 위장을 자궁으로 활용하는 동물은 위부화 개구리가 최초였다.
이 개구리가 새끼를 배 속에서 6주 동안 키울 수 있는 첫 번째 비결은 단식이다. 아무것도 먹지 않아야 위산 분비가 되지 않아 알이나 올챙이가 소화되지 않고 살아남을 수 있다. 둘째는 허파를 사용하지 않고 피부로 호흡하기다. 20여 마리의 새끼를 배 속에서 키우려니 허파가 줄어들어 기능 정지 상태에 빠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위부화 개구리는 이 같은 특별한 출산 비결 때문에 처음 발견된 지 10년 만인 1983년 멸종하고 말았다. 새끼가 어미의 위 속에서 어떻게 소화되지 않는지 궁금해하던 과학자들이 위부화 개구리에서 독특한 호르몬을 찾아내 위궤양 치료제로 만든 결과 사람들의 손에 의해 빠르게 사라져갔던 것이다.
유진 오닐의 희곡 중 ‘나사로가 웃었다’란 작품이 있다. 예수에 의해 무덤에서 살아난 나사로의 그 이후 삶을 그린 내용이다. 여기서 나사로는 죽음과 두려움은 사라졌고 단지 웃음과 생명만 있을 뿐이라고 이야기한다.
위부화 개구리가 나사로 프로젝트에 의해 복원되는 것은 반가운 일이지만 마음에 걸리는 것이 하나 있다. 복원 이후 과연 유진 오닐의 나사로처럼 웃을 수 있을까 하는 염려가 바로 그것이다.
위부화 개구리가 복원돼 독자 생존할 수 있는 건강한 종이 되기 위해선 먼저 이들의 생존을 위협하는 환경부터 복원돼야 할 것이다. 얼마나 세상이 험했으면 그 같은 고통을 감수하면서까지 새끼들을 위 속에 넣어 길렀을까.
이성규(과학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