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의 호텔’ 크루즈선이 온다] 거대한 배가 잠시 숨돌리는 그곳 항구 부산
입력 2013-06-15 04:04
세계 호화 크루즈선들이 부산항으로 몰려오고 있다. 올해만 크루즈선 102척과 관광객 19만명이 입항을 예약한 상태다. 2011년 42척 7만5000명, 2012년 69척 14만명 등 해마다 급증하고 있다. 호화 크루즈선들이 부산항을 찾는 이유는 무엇일까? ‘한류(韓流)’ ‘맞춤형 마케팅’ ‘전략적 요충지’ 등의 영향이 크다는 분석이다.
“인터넷 검색을 통해 부산항과 부산의 발전된 모습을 확인했습니다. 아름다운 추억을 많이 만들어 돌아가고 싶습니다.”
부산 동삼동 부산항 국제크루즈터미널에 14일 오전 7시 입항한 아시아 최대 크루즈선 보이저호를 타고 온 중국인 관광객 린메이잉(55·여)씨는 부산 방문 소감을 이같이 밝혔다.
보이저호는 14만t급에 길이 311m로 승객과 승무원이 5000여명인 아시아권 최대 규모 크루즈선이다. 올 들어 여덟 번째 부산항을 찾았고, 올 연말까지 열두 차례 더 입항할 예정이다.
이날 입항한 관광객 3000여명은 오후 6시 출항 직전까지 국제시장과 용두산공원, 자갈치시장, 해운대 신세계 센텀시티와 파라다이스호텔 면세점, 영화의전당, 동백섬 APEC 누리마루 하우스 등을 관광했다. 부산항을 찾는 호화 크루즈선이 매년 크게 늘면서 부산이 동북아 크루즈 중심항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부산시와 부산항만공사(BPA)는 올해 외국적 크루즈선 102척에 관광객 19만명이 부산을 찾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부산을 찾는 크루즈선과 관광객은 부산항 국제크루즈터미널이 개장한 2007년 첫해 23척 1만5000명, 2009년 33척 2만7000명, 2011년 42척 7만5000명, 지난해 69척 14만명, 올해의 경우까지 포함해 급증하는 추세다. 올해 크루즈 관광객은 지난해 대비 36%나 늘어 사상 최대를 기록할 전망이다.
부산항을 찾는 크루즈선 면면도 화려하다. 지난 4월 16일 아시아 최대 크루즈선사인 스타크루즈의 슈퍼스타 제미니호가 부산항을 방문했다. 이 배는 5만t급 크루즈선으로 길이 230m에 승객과 승무원 등 2200명이 탑승했다. 중국 상하이에서 중국·홍콩 관광객을 태우고 출발해 부산과 제주를 거쳐 상하이로 돌아갔다.
부산시와 BPA는 이들 크루즈선이 부산항을 처음 찾았을 때 사물놀이, 민요 등 환영 공연을 펼치며 관광객들을 맞았다. 또 관광안내소, 환전소, 기념품판매소, 환영 전광판 등을 운영하고 한복 차림의 관광안내 도우미 등을 배치해 부산 관광을 도왔다.
부산항을 찾는 크루즈선이 해마다 크게 늘어나는 것은 동북아 크루즈 중심항 도약을 위한 적극적인 노력 덕분이다. 부산시와 BPA는 세계 주요 국가를 돌며 크루즈선 유치를 위해 꾸준히 마케팅 활동을 펼쳐 왔고, 입항 크루즈선의 항비 면제 등 다양한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
시는 크루즈 관광객에게 보다 다양한 볼거리와 즐길거리, 살거리를 제공하기 위해 중구 자갈치시장 등 10여곳을 명품 관광형 시장으로 조성했다. 주변 관광자원과 결합한 축제를 열고, 소규모 공연장도 만들었다. 세계 크루즈 관광 시장의 큰손으로 떠오르는 중국인을 대상으로 한 관광통역 활동을 할 전문 인력도 집중 육성하고 있다.
시와 BPA는 북항 재개발 지역에 들어서는 새 국제여객터미널과 크루즈 부두가 내년 말 준공되면 동북아 크루즈 중심항 입지를 더욱 탄탄히 다져나간다는 계획이다.
크루즈산업은 2015년 전 세계 관광객 2500만명, 시장 규모 340억 달러(약 38조6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하고 관광객 유치를 위해 모든 역량을 쏟아붓기로 했다. 크루즈산업이 지역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대단한 것으로 확인됐기 때문이다. 부산발전연구원 조사 결과 부산을 찾은 크루즈선 승객 1명이 부산경제에 미치는 경제적 파급효과는 부산항이 처리하는 컨테이너 1개보다 6배나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오는 20일 부산항을 처음 찾는 미국 로열캐리비안인터내셔널 소속 마리나호(14만t급)는 승객과 승무원 5000여명을 태우고 1박2일 머문다. 올해 8척의 대형 크루즈선이 1박2일 기항할 예정이다.
그동안 부산항을 찾은 크루즈선 중 이틀간 기항한 사례는 한 건도 없었다. 모두 아침에 들어왔다가 저녁에 떠났다. 이 때문에 크루즈 승객도 ‘당일치기’로 부산 관광만 할 수밖에 없었다.
이갑준 시 문화체육관광국장은 “크루즈 관광 활성화를 위해 크루즈 관광 육성정책 마련, 관련 법·제도 개선, 관련 인프라 확충, 내륙 연계 관광 프로그램 발굴, 홍보·마케팅 강화 등에 주력하겠다”고 말했다.
부산=글·사진 국민일보 쿠키뉴스 윤봉학 기자 bhyoon@kmib.co.kr